[단독] 이명박·박근혜 시절, 경찰이 점조직으로 민간인 비밀 사찰

노용택 기자 2018. 6.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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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민간인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과 보안과장 등을 동원해 비밀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말기와 박근혜정부 초반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경찰 비공식 조직과 협조해 온라인상에서 정부나 군 정책에 비판 댓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세력(아이디)을 '블랙 펜(Black Pen)'으로 분류해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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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 계통 50~100명의 연루 문건 확인
사진=뉴시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민간인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과 보안과장 등을 동원해 비밀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말기와 박근혜정부 초반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경찰 비공식 조직과 협조해 온라인상에서 정부나 군 정책에 비판 댓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세력(아이디)을 ‘블랙 펜(Black Pen)’으로 분류해 감시했다.

블랙 펜이라는 단어는 국방부 사이버댓글사건조사 태스크포스(TF)가 올해 초 공개한 국군 기무사령부 문건에서 처음 언급됐다. TF는 지난 2월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관련 문건 등을 인용해 ‘사이버사가 2011년 초∼2013년 10월까지 종북·반정부·반군(軍)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블랙 펜 분석 업무를 실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문건에는 사이버사가 트위터 등 민간인 인터넷 계정을 등급별로 나눠 27개를 경찰에 통보했고, 경찰은 이 가운데 11개는 수사하고 나머지 16개는 내사 진행을 했다고 언급돼 있다.

문건 공개 후 경찰은 지난 3월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 정보·보안 관련 부서와 일선 경찰서가 연계돼 있다는 점이 밝혀져 수사가 확대됐다. 또 일선 경찰서의 일부 정보과장 및 정보관, 보안과장 등이 핵심 거점이 돼 사이버 감시 대상을 정해놓고 댓글작업 및 감시 보고서 작성 등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감시 조직은 비공식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보고서 등은 이메일로만 주고받아 상대방의 얼굴도 몰랐다고 한다. 비밀 조직에 몸담은 사람과 같이 근무한 동료들도 이들의 업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수사단에 진술했다.

경찰이 감시한 트위터, 댓글 등 인터넷 계정 수도 사이버사가 넘긴 27개를 훨씬 넘어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쌓기 경쟁이 벌어지다보니 감시 대상과 범위가 확대됐던 것이다.

수사단은 지난달 31일 경찰청 정보국과 보안국 등을 압수수색해 블랙 펜 관련 보고서도 다수 확보했다. 또 기무사와 접촉 창구 역할을 한 일선 경찰서 과장 A씨도 집중 수사 중이다. 사이버 수사 전문가인 A씨는 일선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취합해 기무사에 넘겨주거나 경찰 윗선에도 올린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누가 A씨에게 업무를 지시했고, 보고서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명확하지 않아 당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정 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 블랙 펜 업무를 위해 동원된 경찰은 50∼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결국 청와대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 “블랙 펜 감시를 위한 비밀조직에 포함됐지만 실제 보고서 작성이나 댓글 공작은 하지 않은 경찰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사 결과를 조만간 공식 발표하고 관련자 징계 및 검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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