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재일기] 필립모리스가 한국 정부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이유

김영주 입력 2018.06.20. 17:29 수정 2018.06.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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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중앙포토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와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놓고 ‘티키타카’ 중이다. 지난 8일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 모두 유해하다”고 발표하자마자 아이코스를 생산·판매하는 필립모리스는 즉각 반박했다. “타르는 일반담배의 연기에 적용되는 개념이라 궐련형 전자담배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흘 뒤인 지난 12일엔 복지부가 필립모리스의 반박에 대해 “근거 없다” 고 일축하며, “오는 12월부터 아이코스 등에도 일반담배처럼 발암 경고 그림을 부착하겠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다시 필립모리스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 18일 5성급 호텔 그랜드볼륨에 기자 수백명을 초청해 ‘타르 무관설’을 강하게 주장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최고 연구 책임자 마누엘 피치 박사는 “타르 함량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조만간 3라운드가 전개될 양상이다. 티키타카는 ‘공을 빠르게 주고받는다’는 스페인어로 축구에서 많이 쓰인다.

지금 한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최전선이다. 일본이 먼저 열렸지만, 한국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곳은 없다. 지난해 6월 아이코스 이후 글로(BAT)·릴(KT&G)이 뒤따르며 1년 만에 전체 담배 시장의 10%를 점했다. 선두는 단연 아이코스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코스를 내세운 필립모리스가 이 시장을 절반 이상 석권하며, 시장점유율을 5%가량 높였다.

경고 그림 등 정부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일본은 전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의 허들을 넘지 못할 경우 신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FDA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스모크 프리 월드(연기 없는 세상)’을 열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연기 담배’인 말버러 생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
‘타르 무관설’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WHO가 2015년에 발표한 ‘담배 제품 규제를 위한 과학적 기초 보고서’에 그런 문구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우선순위에서 타르 총량보다 개별 유해 성분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지 타르 함량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면 비전문가인 기자들에게 설명할 게 아니라 학계와 논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