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딜레마..줄어든 임금 보전 방안이 '관건'

장은지 기자 2018. 6.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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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설명회 "제조업의 경우 월평균임금 13% 감소"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임금수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방안' 전국상공회의소 순회설명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정호석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공인노무사는 "5인 이상 제조업의 경우 월 평균임금이 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실시한 5인 이상 제조업 대상 조사에 따르면, 현 임금수준이 월 296만원인 제조업체는 근로시간 단축 후 월 258만원으로 38만원 내려간다. 월 평균임금이 13.1%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해 근로자의 임금보전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게 될지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라고 정 노무사는 설명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시간외 수당 또는 고정 OT(오버타임)가 감소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선 근로자 반발이 뻔한 임금 축소를 강행하기 쉽지 않고, 어떻게든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대체적이라고 한다.

다만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임금체계에 대한 노사 합의가 필수적이다. 정 노무사는 "근로시간을 줄여도 임금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건비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기업 측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부 노동자들은 차라리 내가 연장근무를 더하겠다고 하지만 정해진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해당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불법으로 간주되므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장근로가 제한되면 법정수당 감소로 임금수준이 내려간다. 단축된 근로시간 대비 생산성 유지를 위해서는 Δ근로시간 Δ연공 중심의 임금결정기준 Δ법정수당 항목 비율이 높은 임금구성 등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특히 제조업의 교대제 근무의 경우 임금 감소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인 법 개정으로 기업의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합리적 수준의 임금보전과 임금 결정체계 변경이 근로시간 단축이 자리잡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임금 감소분에 대한 보전방안이 노사합의를 통해 원만히 도출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기업들이 기존 연장수당과 야간수당·휴일수당·연차수당을 합친 법정수당을 고정지급했던 것이 앞으로는 실 근로에 따른 법정수당 지급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에따라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실질적 관리와 통제가 시급해졌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과 기업의 대응 방안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근로시간 단축 개정법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설명회는 대한상의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최했다.2018.6.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기업 현장의 혼란을 반영하듯 이날 열린 설명회에는 기업 인사·법무팀 관계자 170여명이 몰려 근로시간 단축 대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준비한 좌석이 동나 뒤에 서서 듣는 인원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다양한 임금보전 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대표적인 임금손실 보전 방안으로는 기본급 범위를 확대하는 안과 보전수당을 신설하는 안이 꼽혔다.

기본급 범위를 확대하는 안은 '시간외 근로'를 단축하되, 상여금 및 기타 수당의 일부를 기본급에 산입해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이는 통상임금 확대로 시간외 근무에 대한 법정수당 지급액이 증가하는 임금 상승 효과가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實)근로시간(시간외 근로시간)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근로자의 임금감소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법정수당 지급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보전수당을 신설해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은 근로자의 임금감소가 최소한으로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이 실근로시간이 단축됨에도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와 동일하게 보장해주게 되므로 사실상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정 노무사는 "보전비율과 수준은 각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이유로 기업들 입장에서도 신규채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기존 인원을 조정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에는 야근을 하더라도 시간외수당은 월급에 포함해 일괄 지급해왔지만 포괄임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시간외근무가 월 20시간을 넘을 경우 10분 단위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한다. 밤10시 이후 심야근무 시에는 통상임금의 200%를 준다. 주말 밤10시 이후 근무는 통상임금의 250%로 계산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이 없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반면 자금 여력이 충분치않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는 고민이 더 깊을 수 밖에 없다. 노사발전재단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냉간 압연제품 제조사인 A기업(직원 530명, 노조 있음)의 경우 상여금 400%를 전부 기본급에 산입해 기존 급여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생산직을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 바꿔 주당 근로시간을 61.4시간에서 50시간으로 단축했다.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B기업(직원 180명, 노조 없음)의 경우 임금보전을 위해 교대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별도 수당을 신설, 주당 근로시간을 5시간 줄이면서도 기존 임금 대비 80~87% 수준을 유지했다.

객관적인 직무 또는 숙련정도에 따른 직무급·직능급을 도입하거나 초과달성한 이익과 성과를 배분하는 성과배분제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노사발전재단 우수사례집에 나온 가구제조업체 J사의 경우 성과배분을 위한 집단성과급을 도입했다. 상위 3개부서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주도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노무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금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임금체계는 기업의 부담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인사업무 경력이 20년이 넘는 분들도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해 헷갈려 한다"며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임금보전과 같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에 있어 임금체계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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