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직 살만한 세상] '길냥이' 둥지 된 외제차.. 차주는 바보같이 웃었다

신혜지 2018. 6. 20. 14: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릅니다.

무심한 듯 다정한 고양이들의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한 주인들은 고양이를 모시고 살거나 대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길고양이들은 종종 주인을 직접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고양이 주인들은 '간택' 당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릅니다. 무심한 듯 다정한 고양이들의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한 주인들은 고양이를 모시고 살거나 대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길고양이들은 종종 주인을 직접 선택하기도 합니다. 주로 자신에게 먹을 것을 준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스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고양이 주인들은 ‘간택’ 당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 길고양이에게 간택당한 것처럼 보이는 ‘예비 집사’가 있습니다.

지난 5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길고양이 때문에 450만원 날리게 생겼어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고양이가 구멍을 통해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배선을 씹어먹었다는 겁니다. 일반 배선이면 수리를 하고 테이프를 감는 등의 간단한 조치로도 해결될 일이었지만, 하필 고양이가 망가뜨린 선은 잘못되면 큰 화재나 차량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진=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캡처

자동차 수리를 위해 방문한 제조사와 공업사 역시 차 보닛 위가 따뜻해 고양이가 기어올라가 흠집을 내기는 경우는 있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며 수리를 거부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일한 보험 설계사도 “고양이가요? 배선을요? 그럴 수가 있나요?”라고 두세 번이나 물었다고 합니다. 보험처리가 될지 안 될지 미지수라고는 했지만 다행히 보험처리는 가능했습니다. 100만원 정도를 부담하고 차를 수리할 수 있게 된 그는 “450만에서 100만원만 내게 됐으니 행복하다”며 바보같이 웃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심장을 내려앉게 만든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차를 수리하고 나서도 고양이는 계속 찾아왔습니다. 심지어 하루는 차에 타 에어컨을 트는 순간 기분 나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에 보닛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가 또 같은 자리에 똥을 싸놓고 도망을 가버렸던 겁니다. “차는 소모품이고 고양이가 흠집을 좀 내면 어떠한가”라고 생각했던 그도 점차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대놓고 쫓아낼 만큼 독하진 못 했던 모양입니다. 구멍을 이불로 틀어막고 더 이상 고양이가 들어오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진=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캡처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사건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이불로 막아 놓은 구멍을 통해 또 어떻게 비집고 들어온 건지, 보닛 안에 고양이가 떡하니 앉아있었던 겁니다.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지기까지 했죠. 하지만 고양이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죠. 고양이를 내보내기 위해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사투를 벌였지만, 고양이는 차 밑으로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를 뒤져도 결국 고양이는 찾아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 달 뒤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이사 전까지는 차를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잠깐이나마 고양이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준 거죠. 이 와중에 “그래도 고양이가 적당히 작고 귀여워서 덜 놀랬다. 더 큰 사고를 안 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이불 때문에 고양이가 나가는 구멍을 못 찾진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당 사연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그가 ‘길고양이의 집사로 간택당한 것 같다’며 유쾌한 위로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연의 주인공이 보인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이미 길고양이와의 공존은 시작된 것 같지 않나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혜지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