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못생길 권리가 있다

2018. 6.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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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바람이 불면서 여성 인권 논의가 뜨겁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화가나 작가, 철학가들 역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대했다.

사회는 노처녀나 독신 여성에게 그 누구도 유혹할 수 없을 만큼 못났거나 결혼이나 임신을 하지 않으려는 반도덕적 존재라고 꾸짖었다.

사회에서 규정한 여성스럽고 예쁜 모습에서 벗어나 외모적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외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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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여성혐오 3천 년의 계보 <못생긴 여자의 역사>

페미니즘 바람이 불면서 여성 인권 논의가 뜨겁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해온 일들은 사실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결과물이다. <헨젤과 그레텔> <백설 공주> 등의 동화만 보아도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공주, 늙고 추한 여성은 마녀로 그려진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화가나 작가, 철학가들 역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대했다. 칸트는 “남성만큼 지적이라고 해도 여성의 지성은 잘난 척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서 “여자는 예쁘고 매력적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딘느 사게르는 이렇게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혐오와 권력관계의 긴 역사를 <못생긴 여자의 역사>(호밀밭 펴냄)에서 파고든다. 저자는 “남성들은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야 했다”며 “추함은 개인을 위축시키고 소외시키며 집요하게 괴롭히고 많은 자유를 앗아간다”고 비판한다.

책은 고대 그리스 시대·르네상스 시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크게 세 시기로 나눠 ‘추함의 계보’를 들여다본다. 르네상스 시대까지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며 지적·도덕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여겼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치켜세우기도 했지만, 외양만 찬미했을 뿐 여성의 존재 자체를 아름답다고 보진 않았다.

근대 들어 여성을 추하게 보는 시각이 힘을 잃으면서 추함은 자기관리 소홀, 무절제, 부도덕함을 의미하는 개념이 됐다. 사회는 노처녀나 독신 여성에게 그 누구도 유혹할 수 없을 만큼 못났거나 결혼이나 임신을 하지 않으려는 반도덕적 존재라고 꾸짖었다.

현대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이 열등하다는 차별적 발언을 했다가는 거센 비난을 받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여성은 추한 외모의 책임자다. 여성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화장품 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성형수술을 한다. “아름다움은 여전히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통행증”이고 “추함을 터부시”하는 건 변함이 없다.

저자는 “외모가 추하면 온전히 여성으로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룬 성취에 대한 평가마저 절하돼왔다”며 “과연 시대가 정말로 달라졌는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더뎌도 변화는 온다. 아름다움과 함께 강요된 ‘여성성’에 맞서 투쟁해온 여성들의 역사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사회에서 규정한 여성스럽고 예쁜 모습에서 벗어나 외모적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외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화장품을 깨뜨리고, 머리를 자르고, 털을 기르는 사진을 인증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꾸밈 노동’으로 상징되는 여성 억압적 문화로부터 해방을 부르짖는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이다. “꾸밈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탈코르셋 운동을 보며 이 책의 말미에 저자가 인용한 미셸 투르니에의 소설 속 한 구절을 구호처럼 외치고 싶어졌다. “여성들에게 못생길 권리를 부여하라.”

김미영 <한겨레> 문화부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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