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 기로에 선 대한민국..'3개의 관문' 넘어야
청와대 "건의 접수 후 대통령이 판단"
21년간 사형 집행 0건 '사실상 폐지국'
국민 66% "사형제 폐지 반대"
개헌, 형법 개정에 진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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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 기로에 선 대한민국
이르면 올해 안에 사형 집행이 공식적으로 중단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12월 12일 ‘세계 인권의 날’에 사형 집행을 중단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 형식으로 직접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권위는 선언 이후 국제규약 가입과 법 개정 등을 통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상돈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형 모라토리엄(중단)'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해 12월 인권위가 대통령 특별보고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청하면서다. 지난 3월엔 대통령 개헌안에서 사형 관련 규정이 삭제되며 사형제 폐지를 위한 포석이 마련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행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제110조4항을 삭제한 개헌안을 발표했다. ‘비상계엄하에서 사형은 단심으로 형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 조항은 그간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작용했다.
21년간 사형 집행 '0건'…'실질적 사형 폐지국'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건 김영삼 정부 말기인 97년 12월 30일, 사형을 선고받았던 23명(살인 15명·강도살인 4명·상습강도강간 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후 유영철·강호순 등 사형을 선고받은 강력 범죄자들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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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사형선고 연 평균 1.6건
법원의 사형 선고 역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90년대 연 평균 23.9건에 달했던 사형 선고(1심 기준)는 2010년 이후 1.6건으로 줄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사형폐지 운동을 벌여 온 덕분이다. 최근엔 재판부 역시 흉악범이라 해도 사형 선고에 대해선 신중을 기하는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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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지속된 공방…헌재는 사형제 '합헌' 결정
'사형제 폐지'는 지난 20여년간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슈다. 종교계에선 꾸준히 사형제 폐지를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선 연쇄살인 등 흉악범에 의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쏟아진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사형을 하는 것이 정당한 형벌인지에 대한 공방도 여전하다.
일단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1996년·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1996년엔 7:2의 비율로 합헌 결정이 난 것과 달리 2010년엔 5:4로 위헌 의견이 늘며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유지됐다. 향후 또 한 번의 위헌 심판이 진행될 경우 헌재에서도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여론은 그간 국회의 법률 개정 시도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99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매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형제 중단 선언을 한다 해도 형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법률상 사형제 폐지는 불가능하다. 사형제 중단 선언에 이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텐데 현재 여론을 고려했을 때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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