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바퀴 중 한 바퀴를 돌았다. 이제 두 번째 바퀴부터 본선 진출 32개국 중 절반에만 허락될 16강 토너먼트 진출국의 윤곽이 나타난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가 2차전으로 돌입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은 20일 새벽 2시(이하 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H조 1차전을 끝낸 폴란드와 세네갈을 마지막으로 모두 한 경기씩을 소화했다. 8개 조의 순위표는 전적과 골득실을 작성해 구색을 갖췄다. 1차전 최고의 빅매치로 평가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B조 승부는 화끈한 난타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F조의 멕시코, H조의 일본과 세네갈은 한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되는 독일, 콜롬비아, 폴란드를 각각 잡고 이변을 연출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4강 진출국은 하나같이 부진했다. 수확한 승점 합계는 2점이다. 브라질·아르헨티나는 모두 비겨 1점씩만 획득했고, 독일은 패배해 승점을 쌓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유럽 예선 탈락으로 본선에서 승점을 수확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회원국 5개국을 본선으로 보내 사상 최다 출전을 기록한 러시아월드컵에서 일본·이란의 1차전 승리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는 졌다.

A조: 울상 짓는 ‘이집트 왕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스트라이커인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는 A조 순위를 결정할 중대 변수로 손꼽혔다. 하지만 살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집트는 1차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즈, 에딘손 카바니를 투톱으로 앞세운 우루과이에 0대 1로 졌다. 살라는 출전하지 못했다. A조에서는 개최국 러시아와 월드컵 원년 우승국 우루과이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대 0으로 격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1위 러시아(1승 +5골)
2위 우루과이(1승 +1골)
3위 이집트(1패 -1골)
4위 사우디아라비아(1패 -5골)

B조: 역시 화끈했던 ‘이베리아 더비’
유럽 서남부 이베리아반도에서 지중해연안을 차지한 스페인, 대서양연안을 대부분 가져간 포르투갈은 3골씩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지난 16일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B조 1차전은 ‘사실상 결승전’으로 평가된 빅매치였다. 포르투갈 베테랑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중심에 섰다. 혼자 3골을 넣고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같은 조의 이란은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 5분 모로코 공격수 아지즈 부하두즈의 자책골로 뜻밖의 1대 0 승리를 챙겼다. 이란은 현재 B조 1위다.
1위 이란(1승 +1골)
공동 2위 스페인·포르투갈(1무 ±0골)
4위 모로코(1패 -1골)

C조: 월드컵 VAR 첫 수혜자 프랑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을 처음으로 이번 대회에 도입했다. 모스크바 국제방송센터에서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보조심의 판단으로 주심의 현장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 16일 카잔 아레나에서 호주를 상대로 주심이 선언하지 않은 페널티킥 판정을 VAR 요청으로 이끌어내 첫 수혜자가 됐다. 프랑스는 후반 13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페널티킥 선제골은 물론, 후반 35분 육안으로는 판단하지 못했던 아지즈 베히치의 결승골까지 모두 VAR로 확정했다. 프랑스는 2대 1로 이겼다. 같은 조의 덴마크는 페루를 1대 0으로 잡았다.
1위 프랑스(1승 +1골·2득점)
2위 덴마크(1승 +1골·1득점)
3위 호주(1패 -1골·1득점)
4위 페루(1패 -1골·0득점)

D조: 메시 잠재운 아이슬란드 ‘천둥박수’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데뷔했다. 유럽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대서양 북쪽의 섬, 인구 34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20여년 전부터 집중 투자를 시작해 지금의 결실을 맺었다. 대표팀은 생계형으로 구성됐다.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은 치과의사 출신이고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소금공장에서 일했다. 주전 골키퍼 하네스 포르 할도르손은 영화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이런 팀이 지난 16일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1대 1로 비겼다. 메시는 쉴 새 없이 슛을 때렸지만 단 한 번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아이슬란드는 사상 처음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첫 득점과 첫 승점을 모두 수확했다.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아이슬란드 관중 3000여명은 특유의 ‘천둥박수’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같은 조의 크로아티아는 나이지리아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1위 크로아티아(1승 +2골)
공동 2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1무 ±0골)
4위 나이지리아(1패 -2골)

E조: 알프스산맥 못 넘은 브라질
브라질은 개최국으로 출전한 지난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막판 부진으로 망신을 당했다. 월드컵 통산 5회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4년 전 4강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대패했고, 그렇게 밀린 3·4위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 3으로 졌다. 남미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트로피를 유럽에 허용한 개최국이 됐다. 절치부심하고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브라질의 월드컵 레이스는 알프스산맥에 가로막혔다. FIFA 랭킹 6위인 스위스와 1대 1로 비겼다. 지난 월드컵 8강 진출로 돌풍을 일으켰던 코스타리카는 세르비아에 0대 1로 졌다.
1위 세르비아(1승 +1골)
공동 2위 브라질·스위스 (1무 ±0골)
4위 코스타리카(1패 -1골)

F조: ‘죽음의 조’ 혼란 속 멀어지는 한국 16강
조별리그 1차전 최대 사건 중 하나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패배였다. 독일은 지난 18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1차전에서 멕시코에 0대 1로 졌다. ‘우승국의 저주’나 ‘FIFA 랭킹 1위의 자만’ 등이 거론됐지만, 경쾌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멕시코의 공격 방식은 독일의 저력을 잠재울 만 했다. ‘독일의 3전 전승’ 전망까지 나왔던 F조 판세는 멕시코의 승리로 혼란에 빠졌다. 한국은 같은 날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에 0대 1로 졌다. 손흥민을 후방까지 끌어내린 수비전술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했지만 후반 20분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한국은 독일·멕시코보다 수월한 상대로 여겼던 스웨덴으로부터 승점을 빼앗지 못해 16강 전망에 적신호를 켰다.
공동 1위 멕시코·스웨덴(1승 +1골)
공동 3위 한국·독일(1패 -1골)

G조: 두 프리미어리거가 보여준 골잡이의 조건
G조에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들이 펄펄 날았다.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 홋스퍼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은 지난 19일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려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2분 상대 골문 앞에서 해리 맥과이어의 헤딩 패스를 받고 터뜨린 결승골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케인은 2017-2018 프리미어리그에서 30골을 기록했다. 살라(32골)에 이어 득점 부문 2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6위에 오른 벨기에의 로멜로 루카쿠는 파나마의 골문을 두 차례 열어 3대 0 완승을 견인했다. 미국을 북중미 예선에서 탈락시키고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파나마는 첫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1위 벨기에(1승 +3골)
2위 잉글랜드(1승 +1골)
3위 튀니지(1패 -1골)
4위 파나마(1패 -3골)

H조: 사상 최고령 ‘아저씨 재팬’의 반란
한국 축구팬의 입장에선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일본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잘 싸우고 이겼다는 점이다. 일본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8.17세. 지금까지의 대표팀 전력 중 최고령이다. ‘사무라이 재팬’ 대신 ‘아저씨 재팬’이라는 조롱까지 당했지만, 지난 19일 러시아 모르도비야 아레나에서 열린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2대 1로 격파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라다멜 팔카오 같은 슈퍼스타를 보유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는 폴란드와 함께 H조의 선두를 경쟁할 팀으로 평가됐다.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가 전반 2분 만에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을 당하면서 자멸을 자초했다. 아프리카의 복병 세네갈은 20일 오전 0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같은 조 다른 1차전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운 폴란드를 2대 1로 격파했다. H조는 이변의 ‘태풍’에 휘말렸다. 순위표는 당초 예상과 반대로 뒤집어졌다.
공동 1위 일본·세네갈(1승 +1골)
공동 3위 콜롬비아·폴란드(1패 -1골)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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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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