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60조는 박근혜 정부 덕분

2018. 6.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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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재정이 열쇠다
②조세개혁 중장기 로드맵 짜자

엇갈린 조세정책 효과

비과세·감면 축소로 세수 증가
현 정부 추경에도 나랏빚 안 늘어
박근혜정부 첫해 세수 결손 21조
MB정부 '부자감세' 부담 넘겨받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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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걷는 것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뽑는 것과 같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재무상 콜베르의 이야기는 400년이 지난 2013년 8월 느닷없이 한국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 개정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이를 인용했다가 ‘사퇴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고소득자들이 누리던 교육비·의료비 등 소득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었다. 세목을 늘리거나 세율을 올리지 않았지만 사실상 큰 폭의 세수 확대가 이루어질 법한 ‘부자 증세안’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비과세·감면 축소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도 올랐다. 외국 정부에 낸 세금(외납세액)을 포함한 10대 국내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2013년 15.6%에서 2015년 2.1%포인트 뛴 17.7%에 이르렀다. 역시 세율 조정 없이도 기업의 실질 세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여기에 담뱃세까지 올리면서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이루어진 세법 개정으로 조세부담률은 2%포인트 정도 올랐다. 통상 보수 성향 정부에서 ‘감세’가 추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증세’에 따른 수혜를 문재인 정부가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5월 집권 이후 최근까지 모두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추경은 전년도에 만든 예산(본예산) 규모를 좀 더 늘리는 것이다. 두 번의 추경에 들어간 돈은 모두 13조5천억원인데, 국가채무는 한 푼도 늘지 않았다. 돈을 더 쓰려면 빚을 더 내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준 ‘초과세수’(예산을 짤 때 정부가 예상한 세입예산(세수)보다 더 들어온 정부수입)가 넘쳐난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구실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의 공약 이행 재원(178조원) 조달 방안으로 잡은 초과세수만 60조5천억원(34%)에 달했다.

후임 정부는 초과세수란 선물을 받았지만 정작 이를 준 박근혜 정부는 ‘꼼수 증세’란 비판에 시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것도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형용모순을 낳았는데 정작 역대 정부보다 큰 폭의 증세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증세 중 소득세와 법인세 개편은 대체로 소득이 많은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부자 증세’ 측면이 컸으나 ‘꼼수 증세’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으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박근혜 정부는 후임 진보 정부에는 대규모 초과세수를 넘겨줬으나 정작 같은 성향의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한테선 거꾸로 대규모 세수 결손을 이어받았다. 때마침 경기가 고꾸라질 때 집권을 시작한 박근혜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경기 방어에 필요한 세수는커녕 애초 기대했던 돈도 곳간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 예산안(2012년 8월 발표)에서 2013년에 들어올 세수(총수입 기준)를 372조6천억원으로 보고 예산을 짰으나, 정작 2013년에 들어온 세수는 351조9천억원에 그쳤다. 초과세수는커녕 세수 결손이 20조7천억원이나 된 셈이다. 나라 경제를 운영하는 기본 종잣돈인 재정 차원에서만 보면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기획재정부의 전직 고위 관료는 “박근혜 정부는 구멍난 예산을 들고 출범했고 이를 메우다가 초대 경제수석이 사퇴 논란에 시달리는 수난까지 겪었다”며 “반면 문재인 정부는 전혀 성향이 다른 이전 정부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세수를 물려받았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김경락 허승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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