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5만 구민만 보고 뛰는 서초黨"

2018. 6.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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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을 준비도 안 했지만 (있어도) 목에 걸 수가 없었어요. 우리 당 다른 후보들은 다 떨어졌는데 나 혼자 됐다고 기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오전 2시 반 개표소에 나가 있던 사무장이 "당선 확실"이라고 알려왔다.

서울시 자치구 25곳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은 더불어민주당 차지였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때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서초구청이 서울시와 갈등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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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유일 생존' 조은희 서초구청장
"골목 돌며 담벼락 보고 정책 설명.. 냉담하던 유권자 차츰 마음 열어"
"선거 끝났으니 박원순 시장과 협력.. 지역 현안사업 잘 마무리할 것"

[동아일보]

19일 서울 서초구청에서 만난 조은희 구청장은 “나는 여도 야도 아니다. 45만 서초구민만 바라보는 ‘서초당’이다”라고 말했다. 서초구 제공
“화환을 준비도 안 했지만 (있어도) 목에 걸 수가 없었어요. 우리 당 다른 후보들은 다 떨어졌는데 나 혼자 됐다고 기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서울 서초구청장 선거 개표가 진행되던 13일 오후 11시 서초3동 반포대로변 건물 지하 1층 선거사무소. 10명 남짓이던 지지자들은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자 60여 명으로 늘었다. 오전 2시 반 개표소에 나가 있던 사무장이 “당선 확실”이라고 알려왔다. 그러나 조은희 구청장(57)과 이들은 만세도 부르지 못했다.

19일 서초구청 구청장실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오히려 분위기가 침울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서울시 자치구 25곳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은 더불어민주당 차지였다.

선거 과정은 험난했다. 선거대책위원회도 후원회도 만들지 않았다.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하지 않았다. 개소식에 온 관내 직능단체들이 상대 후보에게 ‘낙인’찍힐까 봐 우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비용을 줄이려고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싼 지하 1층을 빌렸다.

당도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홍준표 당시 당 대표가 한 번 지원유세를 왔다. 그러자 상대 후보 측은 ‘조은희는 홍준표 허수아비’라고 몰아세웠다.

“참 많이 긴장됐어요. ‘강남, 송파는 넘어갔으니 서초에 화력을 집중하자’는 저쪽 소리도 들려왔어요. ‘바람이, 파도가 서초까지 부는구나, 밀려오는구나.’ 나 혼자 하자고 결심했지요.”

그는 지나가는 주민과 손을 내밀어 악수할 수 있는 작은 유세차를 택했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담벼락에 대고 마이크를 들었다. 일명 ‘벽치기 유세’였다. “조은희 후보입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잘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거의 없었지만 어느새 한두 명이 창문으로 내다보고 얘기도 나눴다.

호응이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다. “당은 싫은데 당신은 좋다”는 사람들에게는 “저는 45만 구민만 바라보고 뛰는 ‘서초당’입니다”라고 외쳤다. 조 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정당득표율보다 17.6%포인트 많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특유의 친화력과 행정 성과라는 평가다. 재임 시절 정보사 터를 관통하는 서리풀 터널 착공, 서초종합체육관 건립, 태봉로 확장, 성뒤마을 공영개발 같은 굵직한 사업을 해냈다.

현직 구청장으로서 파악한 현안의 디테일도 강점이었다. 조 구청장은 “상대 후보는 ‘힘 있는 집권여당과 원팀’이라는 점만 강조하며 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의 차이도 모르고, 이슈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재신임은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 특히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같은 일을 야무지게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본다”며 “서울시와 호흡 맞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때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서초구청이 서울시와 갈등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박 시장 발언은 선거 레토릭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시장은 원지동 종합체육관 건축에 특별교부금을 과감히 지원해줬다. 그저 점(點) 하나인 나를 밟으면 포용력이 돋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위축되지 않도록 의견을 존중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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