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세종 지혜 담은 '디지털 트윈' 구축해야

2018. 6.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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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TRI 원장
이상훈 ETRI 원장

조선 세종대왕 시대는 국가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중국의 사례는 물론 선현의 전례를 충분히 학습하고 고려했음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오히려, 조선은 중국과 다르며, 지금은 이전과 같지 아니하다라는 인식하에, 시대적 문제들을 적확하게 풀어 나갔다. 훈민정음, 칠정산, 농사직설 등이 바로 그 예다. 세종은 시대적, 공간적 편차를 인식하고, 독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집대성'과 '실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사례에 적용하고 실현해 나갔다. '집대성'은 기존 인식을 모두 모아 입체적으로 엮는 것이다. '실험'도 우리 인식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색 작업으로 보았다. 오늘날 데이터 사이언스라 불리는 학문의 지향점 역시 기존 지식체계의 해체와 데이터의 입체적 재관계화를 통해 광대한 미지의 시공간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는 것이라 볼 수 있어 일맥 한다는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요한 개념은 부분적 사고에서 전역적·통시적 사고로의 전환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IT·DT 기술 기반으로 가능해졌음을 뜻한다. 이젠 조직 내에서 통합적 사고 뿐만 아니라 전체적·통시적 접근으로 최적화를 적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준비의 시작은 조직 내 모든 데이터와 지식을 입체적이고 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있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구축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입체적이고 동적이며 살아있는 현실을 간과해 왔다. 즉 부분적이고 정적이며 죽어 있는 데이터로 인식해 온 것이다. 광범위한 현실에 비해 데이터는 늘 부족했고 부정확했다. 적시에 제공되지도 못했다. 과거에 대한 분석도 부분적으로만 가능하였고, 적시 현황 파악은 늘 지체되어 버렸다. 미래를 가늠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사고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데이터의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촘촘한 데이터의 생성과 입체적 재구성은 인간, 사물과 그들 사이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사실들과 숨겨진 문제들을 밖으로 드러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 각 도메인에서의 '디지털 트윈'의 구축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지털 트윈'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Bigdata),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들만 있으면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듯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 외적인 지난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야 함은 물론이고 고도의 커뮤니케이션과 지적활동을 수반한다는 사실 또한 간과되기 일쑤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디지털 트윈'을 위한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싶다. 먼저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의미가 있음을 알아채는 고도의 감성능력과 정보간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통찰적 문해력이 '디지털 트윈'에선 특히 요구된다. 기술의 영역이라 불리는 도메인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모든 언어-육체, 오감, 문자 등에 대한 집단 지성적 문해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추론능력이다. 연역법이라는 설명적 추론과 귀납법이라는 평가적 추론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데 한계가 있다. 논리철학자 퍼스(C. S. Peirce)가 말하는 유추 에 기반한 혁신적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능력들을 기반으로 수많은 양의 데이터들로부터 입체적인 조망과 의미 있는 가치를 추출하는 모형이 도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트윈'은 통찰적 문해력을 시스템화한 '데이터 연계 플랫폼'과 가치추론을 시스템화한 '모형 연계 플랫폼'의 집합체다. 디지털 트윈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사실적으로 진화해, 비로소 '집대성'된 현실 세계의 도플갱어로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복잡성이 날로 더해지는 국가사회에서 정책실패는 비가역적인 대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정부 3.0을 뛰어 넘어, 다차원 분석을 수행해 복합적인 국가 사회 행태 모형을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정부 4.0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길이다. 21세기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서는 세종 시대의 '집대성과 실험'의 지혜를 디지털시대에 이식하는 제대로 된 사회 각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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