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를 여자로 받는다"는 엄용수, 그대로 방송한 KBS

노진호 2018. 6. 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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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엄용수 [사진 KBS]

코미디언 엄용수와 공영방송 KBS가 장애인단체 등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발단은 지난 14일 방송된 KBS 장수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이다. 코미디언 엄용수가 출연한 이날 ‘아침마당’은 ‘엄용수를 아시나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방송에서 엄용수는 대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발가락을 잃어 6급 장애인이 된 자신의 사연을 전하며 “장애인 등록을 하자마자 KTX, 항공료가 30% 할인”이라며 “1년에 가만히 앉아서 천만 원 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성 추문 사건을 저지르지 못하는 이유가 뛰지 못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추문, 뛰지 못해 못 저지른다?
문제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엄용수는 자신이 출연료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일한다고 강조하며 “고추 축제하면 (출연료로) 고추를 받고, 딸기 축제를 하면 딸기로 받고, 굴비 아가씨 축제하면 '아가씨'로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왜 그러느냐”고 제지하자 엄용수는 “코미디언이 웃기지도 못하느냐”고 오히려 반박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ㆍ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 인권단체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장애와 여성에 대한 모욕 비하 발언과 차별 행위를 자행한 엄용수와 공영방송 KBS는 관련 내용 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엄용수는 마치 장애인이 할인 혜택으로 큰돈을 버는 것처럼 함부로 말하고 있다”며 “(성 추문 발언과 관련해) 여성에게 자행되는 성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모욕 비하까지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방송된 '아침마당'은 현재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9일 “가장 먼저 지적 받아야 할 것은 이런 방송을 한 공영방송 KBS”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자료를 통해 “KBS 아침 프로그램에서 한 희극인이 KBS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수위를 발언을 하고 이것이 그대로 방송됐다는 현실을 KBS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사고는 KBS가 변화해야 할 분야가 시사·보도 프로그램만이 아니며, 교양 및 오락 프로그램 전반의 인권 감수성 제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언련 "KBS, 전반적인 인권 감수성 제고 필요"
민언련은 특히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3장 장애인 인권에 관한 내용을 제시하며 “언론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장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노력해야 한다. 생각 없는 보도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성할 소지가 크며, 그 자체가 언론의 폭력이다”라며 엄용수의 발언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소개한 언론들의 행태 또한 비판했다.

현재 '아침마당'의 14일 방송 내용은 "저작권 문제로 다시 보기가 중단된 회차"라는 안내와 함께 다시 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KBS 관계자는 "이날 엄용수씨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며 힘을 주려고 하다보니 쾌활하게 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생방송이다보니 미처 걸러내지 못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고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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