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거침없는 국내 시장 질주

이선희 2018. 6.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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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너·킹덤 등 국내 콘텐츠 투자 대폭 늘리고 LG유플 손잡고 IPTV 진출
소비자 선택폭 확대되지만..지상파 "국내시장 잠식" 우려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OTT) 넷플릭스가 한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미에 이어 유럽·남미까지 질주한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국내에서 통신사업자와 손잡고 안방 시장을 공략한다. 2016년 국내 진출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와 제휴를 늘리며 가입자 확대를 시도해 주목된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 서비스에 넷플릭스를 제공하는 것을 놓고 넷플릭스와 논의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서비스를 목표로 넷플릭스와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에는 들어가지 않고 독점으로 계약하는 방식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는 별도 셋톱박스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셋톱박스로도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방식이 유력하다. TV를 켜면 화면에 넷플릭스 앱이 노출되고 이를 통해 바로 넷플릭스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넷플릭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나 CJ헬로비전이 별도 셋톱박스 설치를 요구하는 것에 비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높아진다. 딜라이브와 CJ헬로비전에서는 양사 가입자 640만명 중 4%인 25만명 정도만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넷플릭스 가격보다 저렴하게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 달 월정액이 9500~1만4500원인데 LG유플러스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보는 것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IPTV 상품에 별도로 넷플릭스 상품을 만들지, 부가서비스처럼 제공할지 등 상품과 가격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 업계는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점유율(10.7%)에 비춰 당장 넷플릭스로 인해 유료방송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일부 케이블 업체와 손잡은 넷플릭스가 IPTV로도 플랫폼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며 향후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 본토 시장보다 글로벌 매출이 더 많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유럽과 인도 등에서도 먼저 현지 중소 유료방송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다음 대형 사업자들로 접점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마케팅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지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현지 스타급 PD와 감독, 배우를 확보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는 패턴을 보인다.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의 제휴 또한 이 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IPTV 사업자와 제휴로 안방 공략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료 방송 사업자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지상파 방송사 등을 비롯한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에 차별적인 우대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공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와 나누는 비율을 9대1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내 CP들은 유료방송 플랫폼과 VOD의 경우 6대4 혹은 5대5 수익 배분 계약을 맺고 있다.

지상파 계열사와 CJ E&M 등 방송 사업자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방송채널사용업자(PP)에 대한 콘텐츠 대가 차별대우를 중단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업계의 이 같은 이면에는 넷플릭스의 파급력에 대한 '공포'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한 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비용은 80억달러(약 8조6300억원)다. 드라마 편당 2억~3억원에 그치는 국내 방송시장에 비해 규모와 완성도 측면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한편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의 계약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넷플릭스 고문변호사가 21일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정부에 자사 정책을 설명하려 했지만 19일 방문을 취소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먹히는 고품질 콘텐츠가 많아지면 시청자들은 선택권이 넓어져서 좋고,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들에도 자극이 될 것"이라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경쟁을 통한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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