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명적인 여름철 오존 오염, 전북·제주 서울보다 높다
본지가 국립환경과학원이 매달 발간하는 대기환경월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5~9월 평균 오존 농도는 전북이 0.041ppm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경남(0.04ppm)과 충남(0.039ppm)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0.032ppm으로 전국 평균치(0.035ppm)보다 낮았다.
오존은 대기 중에 배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2차 오염물질을 말한다.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을수록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여름철에 고농도가 자주 발생한다. 또,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화학공장 등의 산업시설에서 주로 나오는 만큼 오염원이 많을수록 오존의 농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도권의 평균 오존 농도는 왜 상대적으로 낮은 걸까. 이는 수도권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오존의 생성뿐 아니라 소멸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햇빛과 만나 오존을 발생시키지만, 밤에는 오존의 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장은 “질소산화물은 오존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오존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면서도 “오존은 한낮에 고농도일 때가 위험하기 때문에 평균농도가 낮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시간 평균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되는 오존주의보 횟수는 올해 경남과 경기가 각각 38회와 24회로 가장 많았고, 서울에도 8차례 발령됐다.
부안 등 전북 연안 지역 오존↑
도시대기측정망을 갖춘 83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오존 농도를 분석한 결과, 전북 부안이 0.049ppm으로 가장 농도가 높았다. 이어 전북 고창(0.047ppm)과 김제(0.044ppm) 순으로 나타났다. 세 지역 모두 서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붙어 있는 전북 연안 지역들이다.
제주시 역시 0.044ppm으로 전국 평균치(0.036ppm)를 웃돌았다.
반면, 경기 용인(0.026ppm)과 하남(0.027ppm), 의왕(0.027ppm)은 전국에서 오존 농도가 가장 낮았다.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는 “오존은 보통 오후 2~4시 사이에 정점을 찍지만, 해안 지역의 경우 밤에도 오존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며 “바다에서 생기는 오존이 해풍을 타고 육지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존 오염 갈수록 심해져
문제는 미세먼지에 온통 관심이 쏠린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오존의 위험도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6회에서 2016년 247회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76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아직 절반이 지나지 않았지만 오존주의보가 153회나 발령됐다.
오존에 과다 노출되면 만성 호흡기 질환에 걸리고 천식·폐기종이 악화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0.01ppm 높아질수록 하루 사망 위험이 0.79~1.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센터장은 “오존은 미세먼지와 달리 자외선이 강한 한낮에 일시적으로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 시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눈이 아픈 증상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실외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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