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서점가.. 국내 신작 장편소설 실종

글·사진=강주화 기자 2018. 6. 1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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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A씨는 종종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책을 확인한다.

그런데 요즘 읽을 만한 국내 신작 소설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교보문고가 18일 공개한 올해 상반기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순위(표 참조)에는 연례적으로 발간되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제외하고 올해 출간된 신작 소설이 단 한 권도 없다.

순위에 든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과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여러 해에 걸쳐 발표한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신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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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순위 문학상 수상집 외 올해 작품 없어
독자들이 서울 여의도 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A씨는 종종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책을 확인한다. 그런데 요즘 읽을 만한 국내 신작 소설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외국소설보다는 한국소설이 더 정서에 잘 맞는 것 같아 눈여겨보지만 신간 코너엔 외국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아쉬워했다. A씨의 말은 베스트셀러 순위로 확인된다.

교보문고가 18일 공개한 올해 상반기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순위(표 참조)에는 연례적으로 발간되는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제외하고 올해 출간된 신작 소설이 단 한 권도 없다. 1위는 페미니즘 이슈의 강세를 보여주는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차지하고 있다. 신작 장편은 더 찾기 어렵다. 한국 문학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위 안에는 맨부커상의 효과를 보여주는 한강의 작품이 3권 들어있다. 그러나 2016년 맨부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10여년 전 작품이고, 올해 후보에 오른 ‘흰’ 역시 2년 전에 나온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도 3년 전에 발표한 장편이다.

지난해 1위 역시 ‘82년생 김지영’이었다. 2위는 영화 개봉으로 인기를 누린 김영하의 2013년 장편 ‘살인자의 기억법’. 순위에 든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과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여러 해에 걸쳐 발표한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신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작 장편은 김훈의 자전소설 ‘공터에서’와 김진명의 역사소설 ‘예언’뿐이었다.

이런 한국소설의 분위기는 신작이 꾸준히 순위권에 등장하는 외국소설과 대비된다. 상반기 외국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올해 출간된 작품이 2권 올라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과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이다.

한국 작가들이 독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창의성과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시각이 있다. 50대 여성 독자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국내 작가를 찾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하루키와 게이고, 베르베르가 신작을 낸 지난해 외국소설 판매 신장률은 48.4%였다. 한국소설 판매 신장률은 같은 기간 5.9%에 머물렀다.

한국소설이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침체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한 문학 출판사 관계자는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한국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호감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회복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10년간 한국소설 판매 신장률 추이를 보면 2015년 신장률은 -24.5%로, 판매량이 가장 급격히 떨어졌다.

단편소설 위주의 등단 제도가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 소설가는 “작가 지망생들이 등단을 위해 짧은 호흡으로 단편소설에 매달리다 보니 강력한 서사가 필수적인 장편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의 한계가 작품을 제약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한 대학의 문예창작과 교수는 “과거 작가들은 전쟁과 가난, 민주화 투쟁 등 다양한 경험이 많았는데 요즘 문창과 출신 작가들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보다 미문(美文)을 만드는 데만 몰두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작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학평론가 심진경은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이 개인의 내면 탐구에 초점을 두면서 사회를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나 정서와 유리됐다”며 “세계를 탐구하고 문제를 돌파해가는 도전적인 문학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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