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 중독은 정신 질환이다"

박건형 기자 2018. 6.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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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장기 치료 필요" 결론, 내년 총회서 '국제질병분류' 개정
술·담배처럼 별도 세금 매기거나 게임회사에 공익기금 요구 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의학적 치료와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한 정신 질환으로 판단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을 추진한다. 수년간에 걸쳐 다양한 연구 결과와 자료를 검토한 결과 게임 중독의 유해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다. ICD는 모든 질병 종류와 이에 따른 신체 손상 정도를 나눠놓은 지침으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ICD 개정안이 대대적인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가 게임에 대해 술이나 담배처럼 별도의 세금을 매기거나, 게임 회사들에 공익 기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임 중독 1년 이상 치료 필요

미국 CNN은 "WHO가 게임 중독(게임 장애)을 새로운 질병 항목으로 분류하는 ICD 11차 개정안을 전 세계 보건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18일 보도했다. WHO는 이 개정안을 내년 5월 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WHO는 게임 중독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또 게임 중독을 겪고 있는 환자는 최소 1년 이상의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WHO는 "이번 ICD 개정은 게임 중독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기회를 넓히고, 보험 회사와 보건 당국이 이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의학계에서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에 중독되면 뇌 구조가 마약이나 도박 중독자들의 뇌 구조처럼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반면,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게임업계는 게임이 술이나 담배처럼 직접적으로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신 질환이나 환경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게임에 중독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WHO가 전 세계 보건 정책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각국 정부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중독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동영상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임업계 선제적 조치 내놓아야"

게임업계는 WHO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WHO가 게임 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질병으로 규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산업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내년 WHO 정기 총회에 앞서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역시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3월 미국 등 해외 게임 산업 단체들과 "비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게임의 질병화 시도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게임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게임 중독을 방지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탁 경희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업체들이 게임 내에서 도박적인 요소를 줄이고, 게임 사용 시간을 제한해 중독을 막아야 한다"면서 "게임 중독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교육 캠페인 등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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