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피한 5G 주파수 경매..LG유플러스가 끝냈다
금액선택입찰도 한몫..2단계 위치 경매서는 희비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채새롬 기자 = 3조원이 넘는 '쩐의 전쟁'으로 주목받은 차세대 이동통신 5G 주파수 경매가 2일차인 18일 마무리됐다.
3사는 이틀에 걸쳐 예상 밖 접전을 이어갔지만 LG유플러스가 결국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며 싸움을 매듭지었다.
총 낙찰가는 시작가보다 3천423억원 오른 3조6천183억원에 달했지만, 역대 최대 매물인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경매에는 3.5㎓ 대역 280㎒폭과 28㎓ 대역 2천400㎒ 폭이 매물로 나왔는데 접전지는 3.5㎓ 대역이었다. 3.5㎓ 대역은 28㎓보다 전파의 휘어지는 성질이 강하고 도달 범위가 넓어 전국망 구축에 유리하다.
경매는 주파수 대역폭(블록 개수)을 정하는 1단계와 위치를 정하는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경매는 공급과 수요가 맞을 때까지 이어지는데, 경매 첫날 3사는 3.5㎓ 대역에서 6라운드까지 공급폭(280㎒폭)을 맞추지 못했다. SK텔레콤과 KT가 초지일관 100㎒폭을 고집했다.
결국 LG유플러스가 이날 80㎒폭으로 물러나며 경매를 마무리했다. 블록당 가격이 시작가보다 20억원 오르자 더 이상의 가격 상승은 부담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통신시장 상황을 고려해 무리한 주파수 확보 경쟁보다는 실리주의를 택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최소 대역폭 확보는 처음부터 예상됐던 결과였다. 매출과 이익 규모 모두 3사 중 가장 작은 데다 가입자당 주파수 보유량은 가장 많아 무리하게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첫날 경매에서 예상과 달리 90㎒폭을 고수했던 데는 20㎒폭 격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 폭은 속도로 치면 500Mbps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러나 라운드를 거듭하며 가격이 오르자 결국 물러서기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2단계 위치 경매에서 LG유플러스는 확장성이 좋은 왼쪽(3.42∼3.5㎓) 대역을 낙찰받으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는 "해당 대역은 추후 100㎒로 확대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미래 주파수 확보 차원에서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자평했다.
경매 설계 방식도 낙찰가 급등을 막았다. 이번 경매는 한 통신사가 가져갈 수 있는 대역폭이 3.5㎓ 대역은 100㎒, 28㎓ 대역은 1천㎒로 제한되면서 처음부터 3사가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게 설계됐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금액선택입찰은 희망 대역폭을 줄이는 조건으로 정부 제시가보다 낮은 금액에 입찰이 가능하게 해 호가 상승을 조기에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역대 최대 대역폭이 매물로 나오면서 3사가 손에 쥘 수 있는 매물이 넉넉했다. 28㎓ 대역이 1라운드에 조기 종료될 수 있던 주된 이유다.
3사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무리한 호가 올리기를 막았다는 평가다. 5G 경매 시작가는 역대 주파수 경매 중 가장 높았다.
게다가 3사는 최근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5G 투자에만 '올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했고, LG유플러스와 KT도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3사는 주파수 대역폭 가격에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만족하고 있지만, 대역 위치에 대해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최고가 조합으로 결정되는 2단계 위치 경매에서 0원에 낙찰받는 구역들이 나왔는데 낙찰가 0원은 그만큼 수요가 적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3.5㎓ 대역에서 SK텔레콤은 오른편 3.6∼3.7㎓ 대역을 2천505억원에 낙찰받았지만 KT는 가운데 대역을 0원에 가져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제명 국장은 "3.5㎓ 대역 오른쪽은 위성이 쓰는 주파수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유력하게 추가 공급을 검토하고 있는 대역"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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