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20년 4년제大 60곳 학생 1명도 못받아..교육이 뿌리째 흔들

김효혜 입력 2018.06.18. 17:51 수정 2018.06.1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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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 크라이시스 1부

◆ 눈앞에 닥친 저출산 재앙 (下) ◆

지방 A사립대가 올해 신입생 모집 정원 중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학 정원을 10% 이상 줄였는데도 신입생 충원율이 오히려 5%포인트가량 하락하며 80% 아래로 떨어졌다. 교수들과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이 문을 닫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들이 그야말로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사립대는 학생 수 감소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례없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고졸자) 수를 초과하는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2년 뒤인 2020년부터는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하는 사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시에 대표적 '금수저 직업'으로 꼽혀온 대학교수도 실업 대란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은 197개, 전문대는 137개다. 2019학년도 기준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은 34만8834명, 전문대 입학 정원은 20만6207명으로, 모두 55만5041명이다. 2020년(2021학년도) 고졸자는 약 45만6000명으로 대입 정원보다 10만명가량이 적다. 여기서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화고 졸업생을 제외하면 대학 진학을 택하는 고졸자는 약 38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겨우 2년 뒤면 국내 대학은 전체 모집 정원 중 고작 67%만 채울 수 있게 된다. 단순 계산하면 4년제 대학 197개 중 60개 정도는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정원 미달이 계속되면 대학 재정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동시에 학생들 외면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미 이런 대학이 늘어나고 있어 머지않아 '대학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주요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교직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갖는 위기감이 대단히 크다.

앞서 지난 3월 매일경제가 '대학의 위기'라는 주제로 실시한 '대학 총장 긴급 좌담회'에서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현재 200개에 달하는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약 50개는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학령인구는 2000년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학 진학 고려 대상자에 해당하는 18세 학령인구가 2000년 82만6889명에서 2010년 69만7847명으로 10년 만에 13만명이나 줄었다. 2020년에는 50만126명으로, 2030년에는 44만837명으로, 2040년에는 43만2391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 사태는 특히 지방 대학에 치명적이다. 2021학년 대입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을 포함한 13곳은 대입 정원이 지역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는 다른 지역에서 신입생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입학 정원 10명 중 7명도 채우지 못한 '신입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이 2016년 12곳에서 지난해 15곳으로 늘었다.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이다. 이 가운데 광주가톨릭대·대전신학대·서남대·수원가톨릭대·신경대·영산선학대·중앙승가대·한려대·한중대 등 9곳이 2년 연속 충원율 70% 미만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서남대와 한중대는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해 폐교가 완료됐다.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지방대는 12개에 불과하지만 지방대 폐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지방대 위기는 지역경제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떠난 도시와 마찬가지로 지방대가 문을 닫은 지역은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폐교된 서남대 주변은 그야말로 폐허가 됐다. 학생들로 꽉꽉 찼던 원룸 건물이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주변 상점 40여 곳도 모두 문을 닫았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원인은 뚜렷한데 해법은 불투명한 상태다.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부작용이 심각할 전망이다. 현재 교육부는 '시장 논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방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출구 전략'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 <용어 설명>

▷ 데모 크라이시스(demo crisis) : 데모그래피(demography·인구변동)와 크라이시스(crisis·위기)를 합쳐 만든 조어로 저출산 영향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뜻한다.

[김효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