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좌담회]"국가나노기술지도, 오픈이노베이션 원천돼야"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좌담회가 '나노기술로 열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15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좌담회가 '나노기술로 열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15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2000년부터 지금까지 나노 기술에 대한 정부 선제적 투자와 산·학·연 노력으로 우리나라 나노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을 통해 나노기술 개발을 도모했다. 전자신문은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을 앞두고 나노기술연구협의회,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나노기술 역할에 대해 산·학·연 오피니언 리더 기대와 전망을 공유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

△김기범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위원장(서울대 교수)

△유지범 나노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박성찬 삼성전기 마스터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이응준 한국알박 상무

△오승훈 SK이노베이션 전무

△마크 슈뢰더 BASF 아·태지역 전자소재 R&D 센터 소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2000년대 초부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노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4위 나노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번 좌담회는 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을 앞둔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나노 기술이 우리 산업에서 하는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 먼저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위원장을 맡으신 김기범 교수께서 국가나노기술지도 사업 추진 배경과 목적, 현재까지 추진 경과 등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김기범(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위원장)=2001년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처음 수립하고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나노 기술 육성을 노력해왔다. 국가나노기술지도 사업은 국가 나노기술 연구 정책과 산업계 연구 방향을 지도 형태로 만들어 연구계와 산업계,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로드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2008년 1기 로드맵을 만든 이후 5년마다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그 세 번째 로드맵이 올해 만들어져서 지난 14일 공청회를 진행했다. 나노기술연구협의회와 나노기술정책센터 주도로 연구자 70명이 10개월 동안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사회=국가나노기술지도가 우리나라 나노기술 발전을 위한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번 3기 국가나노기술지도가 이전 1, 2기 지도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기범=2008년 만들어진 1기 지도는 최종사용자에 대한 방향성 없이 연구 현황과 기술 수준이 어떤지를 그리는 데만 급급해서 연구자들만을 위한 사전식 지도가 됐다. 2013년에 만들어진 두 번째 지도부터는 우리나라 유망산업이 5~10년 후 어떻게 변할 것인지 전망하고 나노 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정책을 만들거나 산업계에 있는 사람이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방향성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 중심으로 지도를 만들다보니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가장 큰 특징은 연구자, 정책입안자, 산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독자층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5년~10년 후 국민들이 어떤 삶을 바라는지 생각해보니 △편리하고 즐거운 삶 △지구와 더불어 사는 깨끗한 삶 △건강하고 안전한 삶 등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런 삶을 위해서 나노 기술이 기반이 되는 미래 기술 30개를 도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나노 기술 70개를 분류했다. 국민들의 행복한 미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과 산업계가 어떻게 움직여야하고 연구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그림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사회=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는 2018년부터 2027년까지로 기간이 설정됐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10년 후 미래상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나노 기술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기간 동안 본격화 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나노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

◇윤석진(KIST 부원장)=과거 1, 2, 3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나 제품, 에너지원이 촉발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대표적 나노 기술을 예로 들면 인체뿐만 아니라 환경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정밀하게 인지해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하고 이를 활용해 질병 진단, 치료, 대기질 모니터링을 통한 자연환경 보존 등을 할 수 있는 나노, 바이오, ICT가 융복합된 나노사물인터넷(IoNT) 기술, 나노 기반 전지 기술이나 인체 적합 바이오와 결합된 표적치료용 나노 로봇 기술처럼 친환경과 인체 건강 등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박성찬(삼성전기 마스터)=현재까지는 노광 기술 등 전통적 '톱다운(top down)' 기술을 중심으로 무어의 법칙을 쫓아 한계를 돌파해왔다. 앞으로 10년은 '바텀업(bottom up)' 방식 기술 개발을 위해 분발해야한다. 분자나 원자 조작 기술도 개발돼야겠지만 나노복합소재나 나노입자소재, 저차원 소재 등 전통적 화학 재료 큰 틀 안에서 나노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자부품 산업에서도 나노 소재 기술이 생각보다 폭넓게 활용된다. 4차 산업혁명에 꼭 필요한 적층형세라믹콘덴서(MLCC) 등 수동 소자 성능 향상이나 반도체 패키지 방열 특성 향상도 나노복합소재, 나노방열소재, 저차원소재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 또 얇고 복잡하게 이뤄지는 다층 박막 구조 소재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노스케일의 표면 개질 기술이 필요하다. 각종 센서류도 빛이나 소리, 냄새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표면 개질 기술이 중요한데 여기에 나노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

◇사회=세계적으로 어떤 식으로 나노 기술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를 해보자. 글로벌 소재 전문기업인 바스프가 글로벌 관점에서 나노 기술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마크 슈뢰더(BASF 연구소장)=나노 기술은 기존 벌크소재로는 불가능한 잠재적 응용분야와 새로운 차원을 성능을 제공한다. 이미 전 세계 많은 정부와 기업이 나노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사람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까지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BASF는 오랜 기간 동안 나노 기술을 연구했고 특히 나노구조물질 예를 들어 나노폼, 나노표면, 나노결정화, 나노레이어, 나노제형, 나노 분석, 독성 평가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나노 기술 잠재력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한다. 전기와 전자 산업 분야는 물론 농업, 건강과 영양, 에너지와 자원, 건설과 주택, 소비재, 운송 등의 산업 분야에서도 나노 기술은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에 기여한다.

◇사회=SK이노베이션은 나노 기술을 활용한 이차전지 소재나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나노 기술이 제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면 좋겠다.

◇오승훈(SK이노베이션 전무)=이차전지 산업은 나노 기술과 관련이 깊다. 업계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제조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양극재 니켈 금속 함량을 높이면 열적으로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 기술을 적용한 표면 코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양·음극활물질 도전재로 대표적 나노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다. 또 분리막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나노 스케일로 세라믹 코팅을 한다. 나노 제조기술뿐만 아니라 나노 분석 기술도 중요하다. 이차전지 성능 저하 현상을 막으려면 나노 스케일 분석 기술이 필요해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배터리나 리튬황 배터리, 리튬에어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등도 나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없이는 힘들다.

◇사회=3기 국가나노기술지도에 미래기술 중 하나로 포함된 '5분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 가능한 전기자동차' 같은 경우 이를 현실화 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배터리였는데 나노 기술을 통해서 해결된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이 나노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하는데 필요한 점에 대해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이응준(한국알박 상무)=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드웨어 같은 경우 중요한 것이 장비 개발과 공정 개발인데 대부분 기술이 미국이나 일본에 편중돼있다. 그렇다보니 현장에서 사용되는 설비 표준도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여러 회사가 경쟁을 하면서도 표준이나 기술이 통합되면서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공유되면 발전이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드웨어가 갖춰지더라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으면 1년만 지나도 과거 기술이 돼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소프트웨어 구현이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한국이 나노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나노기술지도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오승훈=나노 기술은 난이도가 높고 구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다 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이나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결해야한다. 국가나노기술지도가 잘 작성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기술 수준을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윤석진=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기획할 때 활용하기를 바란다. R&D가 간헐적으로 단발성으로 진행되다보니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메가트렌드와 미래상을 담은 3기 국가나노기술지도가 만들어졌으니 이를 참고로 해서 새로운 R&D를 기획할 때 적극 활용해야 쓸모가 있다. 국민들이 나노 기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도 지도가 잘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응준=기술 발전은 분야별로 속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반도체 같은 경우 2년이면 공정이 바뀌기 때문에 여기에 활용되는 나노 기술과 설비 세대도 바뀐다. 기본적으로는 국가나노기술지도 작성이 5년마다 이뤄지지만 이보다 좀 더 속도가 빠른 분야에 대해서는 이에 맞춰 짧은 기간에 학계, 산업계가 융합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마크 슈뢰더=나노 소재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나노 기술 안전성 연구만큼이나 일반 대중에게 이를 알리고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유럽 소비자들을 예로 들면 특히 식품이나 화장품에 쓰이는 나노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미 유럽에는 특정 나노 소재에 대한 규제가 있고 각 나라별로 안전성 규제가 존재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OECD에도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바스프는 오랜 기간 나노 기술 안전성에 대해 연구해왔고 필요하다면 측정 전략이나 분석 방법에 대한 도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

◇박성찬=제조업 경쟁력은 경쟁사가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요소 기술을 적기에 확보하는데서 나온다. 나노 기술은 요소 기술 중에서도 특히 재료와 공정 기술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회사에서 특정 재료 기술이 필요할 때 관련 나노기술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현황을 잘 모를 때가 많다. 국가나노기술지도가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들은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초 나노 연구 분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초 연구자들에게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보완이 된다면 더욱 좋겠다.

◇사회=마지막으로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으로서 나노 기술 육성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역할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

◇유지범(나노기술연구협의회 회장)=나노 기술 분야에서 진행되는 많은 사업이 내년이면 대부분 끝난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나노 분야에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만든 국가나노기술지도가 예비타당성 조사에 꼭 녹아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 지도가 향후 10년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하는데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나노 기술은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정책 중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거버넌스의 균형을 잡는 것도 계속된 고민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사회=우리나라 나노 기술이 세계 4위권으로 올라가는데 정부 역할이 중요했다. 앞으로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국가나노기술지도를 바탕으로 R&D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삶을 편하게 해주는 나노 기술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범부처가 브레인스토밍 할 수 있는 자리도 많아지면 좋겠다. 나노 기술이 발전해야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소재가 변해야 부품과 완제품도 바뀔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나노 기술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좌담회를 계기로 나노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국가나노기술지도가 완성될 수 있도록 많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