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잡은 오리온 박상오, “행복하다”

이재범 / 기사승인 : 2018-06-18 10:46:52
  • -
  • +
  • 인쇄
KT에서 오리온으로 이적해 2018~2019시즌 준비에 들어간 박상오

[바스켓코리아 = 이재범 기자] “오리온에 왔는데 후배들이 잘 해줘서 같이 코트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다.”


박상오(196cm, F)는 2007년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KTF에 뽑혀 프로 무대에 섰다. 2010~2011시즌 KT를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MVP에도 선정되었던 박상오는 2012~2013시즌에 서울 SK로 이적했다.


SK에서도 1가드-4포워드 농구의 핵심 역할을 소화하며 정규리그 정상에 한 번 더 섰던 박상오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다시 KT로 복귀했다. 박상오는 2016년 자유계약 선수로서 KT와 계약을 맺어 그대로 KT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였다.


박상오는 그렇지만, 양홍석, 박철호, 김민욱 등 젊은 포워드가 가세한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평균 13분 30초 출전에 그쳤다. 데뷔 후 가장 적은 출전경기수이며, 평균 출전시간이었다.


2017~2018시즌이 끝난 뒤 박상오가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KT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서동철 감독은 박상오와 면담을 가졌다. 서동철 감독은 “함께 훈련해서 출전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출전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팀 운영 계획을 박상오에게 전했다고 한다.


박상오는 KT에 남는 것보다 이적을 선택했다. 프로 무대에서 세 번째 소속팀을 바꿨다. 드래프트에서 박상오를 선발했던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추일승 감독은 “박상오는 단신 외국선수가 코트에 나갈 때 필요하다”며 “최진수와 허일영, 상오를 한 번에 넣으면 어느 한 쪽은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때문에 상오가 내외곽을 오가며 플레이를 해줘야 한다”고 박상오의 역할을 설명했다.


박상오는 지난 시즌 KT에서 함께 생활했지만, 이제는 KT를 떠난 현대모비스 조동현 코치와 일화도 들려줬다. 박상오는 “조동현 감독님께서 이적 소식을 들으시고 ‘걱정 많이 했는데 오리온으로 이적해서 기쁘다. 열심히 하라’고 전화를 주셨다”며 “저도 ‘(현대모비스 코치로 가신 걸) 축하 드린다’고 했더니 ‘무슨 축하 받을 일이냐’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박상오는 6월부터 오리온에 합류해 팀 훈련을 소화 중이다. 지난 11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전지훈련 중인 박상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 일문일답이다.



출전시간에 상관없이 고참으로서 코트 안팎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오리온 박상오

오리온에 와서 훈련을 하고 계십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생각으로 3개월을 쉬었다. 이제 운동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신에 알이 박혔다. 추일승 감독님과 다시 마음이 맞아 몸을 만들려고 하니까 굉장히 힘들다. 오리온 선수들은 미리 몸을 만들었다. 저는 따라가려면 죽었다(웃음). 감독님께서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시즌이 기니까 무리하다가 부상당하지 말고, 천천히 몸을 만들라”고 하셨다.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추일승 감독님께서 “너를 정 때문에 데려온 건 아니다. 너를 필요로 해서 데려온 거니까 나태해지지 말고 노력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솔직히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가 불을 지폈다. ‘아, 나를 필요로 하시는구나’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났다. 한 마디라도 그렇게 건네는 말이 중요하다.


트레이드가 3번째인데요. KTF에서 SK로 갈 때, SK에서 KT로 복귀할 때와 전혀 다른 이적입니다.


나름 선수 생활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농구를 놓고, 농구에 미련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번 트레이드는 충격이나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추일승 감독님과 다시 연결되었다. 추일승 감독님께서 “박상오가 명예회복하고 은퇴해야지, 이렇게 은퇴하면 후회해”라고 하셨다. 기회가 온 거다. 지난 시즌 KT에서 꼴찌 했다. 고액 연봉자로서 책임이 있어 그대로 은퇴했다면 마무리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저에겐 이번 이적이 너무 잘 된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하는데요. 오리온에선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할까요?


제가 오리온에서 경기를 많이 뛰며 승리를 좌우할 선수가 아니라는 걸 안다. 중요할 때나 베테랑이 필요할 때 10분 정도 뛰면서 요소요소를 메워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선배와 후배를 떠나 거리낌없이 지내며 벤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저도 어릴 때 그랬다. 벤치에 앉아 경기를 못 뛰면 표정이 안 좋거나,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한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못 뛰는데 기분 좋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벤치에서 그런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고참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추일승 감독님께서 포워드 농구를 좋아하시기에 경기에 나간다면 코트 안에서 할 역할도 있을 거 같습니다.


오리온에서 아직 전술훈련을 하지 못했다. 추일승 감독님의 오리온 농구를 쭉 살펴보면 포워드를 잘 살리고,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농구였다. 저는 SK에서 포워드 농구를 해봤다. 아마 제 포지션의 비슷한 신장의 선수를 막을 자신이 있지만, 저보다 크거나 젊고 덩치 좋은 선수를 막기는 버겁다. 옛날에 힘이 좋았지, 키 크고 힘 센 젊은 선수들을 상대하겠나?


그래도 동포지션의 비슷한 선수들을 막을 자신은 있다. 만약 최진수, 허일영과 같이 뛴다면 신장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최승욱, 외국선수들까지 있는데 이들과 같이 뛴다면 제가 영광이다. 포워드 농구의 일원이 되는 게 저로서도 기분이 좋다.


SK 포워드 농구를 할 때 타고난 힘이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35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을 때 몸이 좋았다. 오리온에 오니까 복근 등 코어 운동을 많이 시킨다. 좋은 운동을 하고 있어서 지금 알이 다 배겼다. 제가 30~40분을 뛸 것도 아니고 많이 뛰면 20분, 보통 5~10분, 어쩌면 그 보다 더 적게 뛸 수도 있다. 정말 몸 관리를 잘 해서 잠깐 뛰더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힘 있는 몸을 만들 거다.


시즌 개막까지 4개월 가량 남았는데 어떻게 시즌 준비를 하실 건가요?


여기(평창)서 훈련이 끝나면 고양으로 돌아가 연습경기를 할 거 같다. 저는 아직 연습경기를 뛸 몸이 아니다. 8월이나 9월 즈음 되어야 몸이 올라올 거 같다. 감독님께서도 “시즌을 치르려고 몸을 만드는 거지, 연습경기 뛰려고 훈련하는 게 아니다”고 하셨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운동을 안 쉬고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시즌이 길기 때문에 9월부터 시즌에 맞게 확 올리는 게 맞는 거 같다.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인데요.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이번 시즌을 계기로 선수 생활을 더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잘 하는 선수들이 있다. 저는 선수생활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거다. 솔직히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 수 있다. 오리온에 왔는데 후배들이 잘 해줘서 같이 코트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다. 후배들과 행복하게 좋게 시즌을 잘 치르는 게 목표다.


선수생활을 오래 했다. 만약 이렇게 해서 잘 융화되어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잘 나가서 감독님이나 팀에서 다시 한 번 더 해보자는 제의를 해주시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시즌 팀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올해는 행복하게, 마음 안 아프게, 팀 성적도 내면서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


사진 = 이재범 기자


[저작권자ⓒ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