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업주 회식에 자원해 참석 후 귀갓길 사망..법원, 산재 불인정

입력 2018.06.18. 06:00

사업주가 즉흥적으로 마련한 술자리에 동참했다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으로 귀가했더라도 귀가 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무조건 업무상 재해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술자리가 업무상 회식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고, 사업주의 오토바이로 귀가했다고 해도 음주 운전 등 위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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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배달원, 업주 오토바이로 음주운전 사고.."위법성 있는 사고"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촬영 안철수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사업주가 즉흥적으로 마련한 술자리에 동참했다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으로 귀가했더라도 귀가 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무조건 업무상 재해로 볼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술자리가 업무상 회식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고, 사업주의 오토바이로 귀가했다고 해도 음주 운전 등 위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업무를 하던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6년 음식점 주인이 참석하는 저녁 자리에서 치킨과 맥주를 나눠 먹었다. 음식점 주인은 "관심 있는 사람은 오라"며 직원들을 불렀고, 음식점 직원 13명 중 A씨를 포함한 5명이 모였다.

식사를 마친 A씨는 음식점 주인이 소유한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중 신호를 위반했다가 사고로 숨졌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저녁 모임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업무상 회식에 해당하고, 사고 역시 음식점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등 사업주가 지배·관리하는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업주가 (저녁 자리에) 참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고 업무와 관련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사회 통념상 업무상 회식이라기보다는 근무를 마친 뒤 동료들이 한 술자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단순한 친목 술자리인 이상 귀가하는 행위가 통상적 출퇴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라면 이는 업무상 사고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고인이 음주 후 교통사고를 야기한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