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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한 입] 푸아그라·캐비어만큼 귀한 스페인 이베리코 흑돼지

입력 : 
2018-06-18 04:02:02
수정 : 
2018-06-18 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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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일이다. 키친에서 함께 일하던 여러 유럽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스페인 사람이었다. 하루는 그 친구가 환상적인 돼지고기 요리를 먹여주겠다며 돼지 목살을 미듐으로 익혀서 내게 건넸다. 소스의 향이나 곁들인 채소를 떠나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핏기가 선한 돼지고기였다. 20년 전 한국에서는 결코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돼지고기에서 갈고리촌충과 같은 기생충 감염이 올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당시에는 늘 바싹 익혀 먹었었다. 그런 나에게 돼지고기 미듐이라니. 문화적 충격보다는 기생충 때문에 접시 위 고기가 무서웠지만 친구와의 우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시식을 시작했다. 눈 꼭 감고 크게 썰어 천천히 씹었더니, 돼지고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육즙과 감칠맛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비속어를 섞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동공이 흔들리는 나를 보며 그는 자랑스러운 듯 턱을 치켜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한국 촌놈이었던 거다. 이게 스페인 돼지고기와 나의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최근 방송 등에서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거위 간(푸아그라), 트러플(버섯), 캐비어(철갑상어 알)와 더불어 세계 4대 진미로 알려져 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토종 흑돼지 품종을 말하는데 혈통과 먹이, 사육 환경에 따라 일반적으로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 된다.

가장 아래 등급인 세보(CEBO) 등급은 이베리코 흑돼지와 일반 품종인 듀록의 50% 교배종으로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를 먹이고 방목 없이 축사에서 10개월 키운 일종의 잡종이다. 중간 등급인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는 세보종을 다시 이베리코 흑돼지와 교배시킨 75% 교배종으로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와 풀을 먹이고 방목해 12개월을 사육한다. 가장 높은 등급인 베요타(BELLOTA)는 75% 이상 또는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다. 전체 이베리코 흑돼지 중 단 5% 내외만이 베요타 등급이며 14개월 이상 사육하는데, 스페인 정부로부터 6개월 이상 방목, 도토리농장 약 3000평당 1마리 허용이라는 기준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명품 돼지다. 일반인들은 이베리코 돼지는 전부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베요타급만이 도토리를 먹는다.

오메가3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올레인산이 풍부해 일반 돼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칠맛이 난다. 건강에도 더 말할 나위 없는 좋은 돼지고기인 것이다. 이베리코 베요타 100%의 고기를 구울 때 나의 고민은 딱 한 가지. 어떤 술이 좋을까?

[강레오 반얀트리 서울 식음 총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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