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깅-수제맥주 만들기.. "길어진 저녁, 취미 공유"
[동아일보]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전상면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프립’을 활용해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취미인 서핑과 스노보드를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습비를 받지는 않는다. 전 씨는 “단체로 하면 혼자 할 때보다 교통, 숙박, 식음료 비용을 2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나만 아는 서울 명소 함께 즐기기’ ‘달빛 아래 함께 조깅하기’ ‘수제 맥주 만들어 마시기’ 등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취미 공유’가 유행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실비 정도만 내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유용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가르치는 이들도 그것을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라고 생각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여가 활동을 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이어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숙박에 더해 여행자에게 여러 체험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은 2016년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까지 전국에 약 200개가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시할머니와 함께 동양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은비 씨(32)도 “직업이라기보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그림을 계속 그리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래 한 우물을 파는 취미 활동보다는 저렴한 1회성 체험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권민지 씨(27)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연 지하 작업실에는 손님이 매번 바뀐다. 권 씨는 ‘3개월에 얼마’ 같은 식으로 수강료를 책정하지는 않는다. 손님들은 그때그때 일정 비용을 내고 3시간 동안 ‘아무거나’ 만들면서 놀다 간다. 마카롱 만들기,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을 해봤다는 직장인 김다예 씨(33)는 “학원에 등록하면 한 번에 30여만 원이 나가는데 막상 끝까지 다니기도 힘들다”며 “이런 활동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데다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가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롱테일’ 경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여가 산업 규모는 약 226조 원으로 우리 경제의 11%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외식,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다(2013년 여가백서).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사람 사이의 연결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수요자를 찾기 힘들었을 특이한 취미 산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2004년부터 주 5일 근무가 시행됐지만 국민들의 여가 경험이 기대한 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여가 경력’, 즉 놀아본 경험이 적었던 탓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여 년 동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조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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