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 야권, 6·13 이후 '변심'..'판문점선언 비준' 급물살 타나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2018. 6. 1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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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국당 “수구·냉전적 사고에 민심 외면, 우리가 변해야”
ㆍ바른미래당도 ‘안보는 보수’ 접고 평화노선 전환 가능성
ㆍ실제 ‘전향’ 여부 따라 보수의 혁신 의지 ‘가늠자’ 될 듯

난감하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6·13 지방선거 이후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급물살을 탈지 여부가 주목된다. 궤멸적 참패를 당한 보수 정치세력이 선거로 확인된 한반도 평화와 긴장 해소를 열망하는 민심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비추면서다.

보수야권의 반대로 국회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는커녕 선언적 수준의 지지 결의안 채택조차 실패한 바 있다.

■ 한국당 “냉전수구, 혁신하겠다”

무엇보다 야당과 보수세력이 ‘6·13 심판’ 이후 한반도 평화 이슈에 대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여전히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면, 국민은 점점 더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며 “수구·냉전 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하고 보수·진보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나홀로 반대’였던 기존 입장을 바꾸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다.

김 대표권한대행은 지난 15일 밤 MBC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우리(한국당)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세와 태도에 또다시 속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우리가 변해야 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위장 평화쇼’라던 기존 인식과는 완전히 달라진 언급이다.

‘안보는 보수’라고 주장해왔던 바른미래당도 평화 노선으로 대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보를 강조해온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우클릭 논란’을 빚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일선에서 퇴장하고, 호남 출신들이 잠시나마 주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70년 남북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시대정신을 생각하면서 바른미래당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해 (유권자들의) 한국당 심판에 덤터기로 끼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소속 박선숙 의원은 지난 4월 말 같은 당 김관영·채이배 의원 등과 함께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데 이어 14일에도 김정은·트럼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지지 결의안도 발의해 놓은 상태다.

■ ‘보수개혁 의지’ 바로미터

다만 당 지도부의 ‘냉전·반공세력 탈피’ 다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과연 판문점선언 지지 등 실제 ‘전향’에까지 이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강경파로 분류되는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의총에서 “보수가 다 죽은 줄 알지만,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반성하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대북 강경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의 태도가 이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궤멸지경에 이른 한국당이나, 정당 존립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이 여론의 흐름을 무시한 채 소수 강경파 주도의 ‘대북 옹고집’ 노선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 비준에 대한 야당의 태도 변화가 보수개혁 의지의 바로미터로 여겨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여론의 흐름을 거론하면서 한층 거센 강도로 보수야권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색깔론과 마녀사냥에만 몰두했던 한국당은 지금 모호한 반성문을 읽을 때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미뤄왔던 국회의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이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쇄신책은 오리무중인데…홍준표 ‘마지막 막말’이 보여준 한국당의 민낯비대위 ‘지리멸렬’…중진은 당권 다툼, 초선은 난데없는 ‘정풍’ 자유한국당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위장 사과쇼”라는 비판만 들었다. 마땅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조기 전당대회 대신 꾸리기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향 등도 오리무중이다. 수습은커녕 참패의 책임을 둘러싼 당내 잡음만 커지고 있다. 당장 당 운영부터 문제다. 지도부 줄사퇴 이후 사실상 당의 구심점은 없다. 당은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이었던 지난 15일 한국당은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대변인들이 사퇴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문제 등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쇄신’을 화두로 당 안팎 모두에 문을 열고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비대위를 꾸릴지도 불분명하다. 당내에선 일단 선수별 모임만 예정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 잡음까지 흘러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가 “마지막 막말”이라며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을 공격하면서, 당이 술렁거렸다. 홍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을 지적했다. 이어 “친박(친박근혜)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을 지목한 뒤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은 시끄러웠다.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대표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다수였지만, 홍 전 대표 발언에 당의 어수선한 현실이 집약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중진들이나, 갑작스레 정풍운동을 하겠다며 나선 일부 초선들도 특정 계파에 줄을 서고, 당이 악화되는 동안 뒷짐지고 상황을 관망한 만큼 당을 수습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바른미래당, 40대 ‘젊은 비대위’로 위기 돌파할까19일 1박2일 ‘텐트 워크숍’ 김동철 “개혁보수는 패착” 바른정당계와 융합 미지수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웃옷을 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에 돌입한 것이다. 40대 이하의 ‘젊은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의 화학적 결합과 정체성 확립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다. 김동철 비대위원장(63)은 오신환(47·재선)·채이배(43·초선)·김수민(32·초선) 의원과 이지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42) 등 4명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원 모두 40대 이하의 젊은 정치인들로서 바른미래당이 새 시대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변화를 주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출되면 5인 체제인 비대위는 7인 체제가 된다. 비대위는 18일 아침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 후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비대위는 19일부터 1박2일로 경기 양평 용문산에서 캠핑을 하며 ‘비상대책위원 및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한다. 텐트에서 함께 자고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계는 중도개혁, 바른정당계는 보수 혁신을 주장하고 있어 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 비대위원장은 17일 통화에서 “개혁보수는 국민들이 자유한국당과 비슷하게 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중도, 개혁,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14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무너진 보수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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