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탐사파] 사학비리 눈감는 교육부..용기 낸 신고 묵살

정동훈 2018. 6.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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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사학비리 연속보도.

오늘(17일)은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제보받고도 재단 해명만 듣고 그냥 넘어간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교육부가 비리 사학을 비호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 정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사립대학, 재단 이사회의 회의록입니다.

새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이사회에, 재적이사 5명 전원이 참석했다고 명시돼 있고 참석 이사들의 서명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참석했다는 이사들의 서명은 재단 직원 3명이 펜을 바꿔가며, 대신 서명한 겁니다.

[대리서명 가담 교직원] "'사인하러 오세요' 그러면 그 정해진 시간에 모이거든요. 항상 펜을 하나만 가지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이게 몇 년 동안 이뤄진 일인데…"

2010년부터 3년치 회의록이 전부 이런 식으로 조작됐다는 게 당시 이사회 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증언입니다.

[대리서명 가담 교직원] "(이사들) 이 중에 ***씨라는 분은 제가 했거든요. 제가 사인한 거예요."

현 이사장, 총장 선임과 교수 임용은 물론, 예산·결산 심의와 승인, 부동산 매입과 처분 같은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가짜 회의록만 만들어 놓고 이사장 마음대로 처리한 것입니다.

[대리서명 가담 교직원] "말 안 들으면 내일이라도 다 잘라버려요. 이사장 권한 제일 셉니다, 학교에서"

[노영희/변호사] "이사회 결의는 무효이고, 이사회 회의록과 관련해선 사문서위조와 동 행사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교육부의 대응입니다.

이미 5년 전, 조작에 가담한 직원이 교육부에 제보까지 했지만

당시 교육부는 재단 해명만 듣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A] "민원이 들어왔던 것 같기는 한데, 그 당시 이사들이 '자기들이 참여했다'고 확인서까지 제출한 걸로 알고 있어요."

용기를 낸 신고가 묵살되자 이 직원은 지난해 말, 이사의 서명이 자신의 것이라는 필적 감정까지 받아, 교육부에 다시 제보했습니다.

[대리서명 가담 교직원] "(회의록 서명) 이게 그럼 '과연 내 사인이 맞느냐'라는 것을 필적 감정을 받은 겁니다. 저도 이거 처음 해봤거든요."

그렇다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비리는 제대로 시정이 되고 있을까요?

비리 적발에 둔감한 교육부는 비리 관련자 처벌은 물론, 사후 관리감독에도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교육부는 지난 2012년 감사에서 전임 이사장이 업무추진비 1억 1천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 돈을 즉시 회수하라고 재단에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재단은 횡령한 전임이사장에겐 아무 책임을 묻지 않고, 현 이사장이 대신 돈을 갚아 해결됐다고 교육부에 보고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B] "누구한테 (회수)받으라는 얘기가 없잖아요. 법인에서 세입조치만 하게 되면 돼요. 그 당시는 보통 이렇게 (처분이) 나간 것 같아요. 매년 바뀌긴 하거든요, 트렌드가"

이후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납한 현 이사장한테 상근이사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매월 350만 원씩을 지급했습니다.

전임이사장이 횡령한 돈을 현 이사장이 대신 갚은 뒤 다시 재단 돈으로 현 이사장에게, 대납한 돈을 모두 돌려준 것입니다.

[대학 교직원] "(교육부가) 사학비리 척결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요. 지금 이런 제보 자체를 뭉개는 게 아니냐. 굉장히 분노스럽죠."

[김병국/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위원장] "교육부가 사실 사학들의 비리라든지 부정을 방치한 부분이 사학들을 비호 했던 그런 부분이겠죠."

최근 10년간 교육부가 감사에서 적발한 사립대 비리 관련자는 9천 6백여 명.

이 중 10명 중 9명은 법인에 주의, 경고 같은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수사를 의뢰한 관련자는 고작 2%였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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