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된 北 김정은..중·일·러 모두 러브콜

전수진 2018. 6. 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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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불량국가 독재자서 외교 상종가

국제사회의 이단아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상종가를 치고 있다. 미ㆍ중ㆍ러ㆍ일 한반도 주변 4강의 지도자들이 김정은을 만났거나 만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동북아 외교전에서 ‘귀하신 몸’ 김정은으로 격상된 듯한 모양새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정은의 몸값을 올린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로켓맨’으로 조롱했던 김정은은 북ㆍ미 정상회담 후 ‘체어맨 김(Chairman Kim)’으로 수직 상승했다. 백악관은 16일 관련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체어맨 김(김정은 국무위원장 의미)의 성공적 회담”이라는 문구를 썼다. 미국의 역대 어느 정권도 다스리지 못했던 북핵의 해결사로 트럼프를 홍보하는 차원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조야가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죽인 불량국가의 잔혹한 독재자로 김정은을 간주했던 기류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트럼프가 움직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따라가고 있다. 대북 압박의 선봉장을 자처했던 아베는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 가고 싶다”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북ㆍ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적극 모색 중이다. 대화 국면에서 일본만 외톨이가 되는 ‘재팬 패싱’을 막고, 동시에 35.5%(8~11일 지지통신 여론조사)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할 계기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찾겠다는 의도다.

존재감이 없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움직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을 초청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던 만큼 푸틴의 초청으로 북ㆍ러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9일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 모습.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다롄 해변을 걷고 있다.[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ㆍ미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김정은과 결정적인 두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차이나 패싱’을 돌파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에게 중국 전용기까지 빌려줘 ‘숨은 손’ 중국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각인했다. 김정은도 지난 15일 시진핑에게 생일 축하 서한을 보내 북ㆍ중 관계를 과시했다.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생일 축하 서신을 보낸 건 201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4강 지도자 모두가 김정은과 대화로 나서면서 김정은이 국제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이 참석할 경우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게 된다. 외교가 일각에선 김정은이 9월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재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장밋빛 관측의 전제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얼마나 행동으로 보여줄 지 여부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지금 북한이 판을 흔들고 있지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의 변심 여부에 따라 국면이 다시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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