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사라지는 3040 일자리..세금으로 만든 60代 고용만 늘어

이유섭,이덕주,이진한 입력 2018. 6. 17. 18:09 수정 2018. 6. 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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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남성 고용대란 최대 피해..경제 허리가 무너진다

◆ 최악의 고용대란 ◆

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GM 공장에서 수년간 품질검사 담당자로 일했던 A씨(38)는 회사의 공장 폐쇄 방침에 따라 지난달 초 회사를 떠났지만 아직 새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익산에 있는 식품회사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추가 인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여성만 채용할 계획"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군산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대량 해고 사태로 30·40대 남성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조업 이외 업종에서는 이들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김해에서 용접공업사를 운영 중인 대표 B씨는 "전방업종 부진으로 시장 규모가 40% 정도 줄어든 상황이고 관계사 매출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며 "핵심 인력이라 할 수 있는 3040 근로자를 울며 겨자 먹기로 감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자동차 산업 구조조정과 건설·제조업 경기 둔화로 30대와 40대 남성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40 남성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3만3000명 감소했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남성 취업자가 모든 성·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7만명이나 줄었고, 40대 남성이 6만3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50대 남성과 60대 남성은 5월 한 달간 각각 취업자가 1만1000명, 13만4000명 증가해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지 50대 남성은 올해 들어 불길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 일자리 수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잇달아 기록했는데 이는 2001년 초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처럼 3040 남성을 위한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그들이 주로 근무하는 제조업 경기 악화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간한 2017년 경제활동인구연보를 보면 제조업 종사자 중 약 40%가 30대와 40대 남성이다. 50대 남성 비중(16.2%)도 작지 않지만 그 외 성·연령층은 제조업 불황에 따른 일자리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건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3040 남성 비중은 41.3%에 달한다.

제조업과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하다 보니 30대 남성 취업자 수가 마지막으로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를 기록한 게 2014년 7월(1000명)이고, 40대 남성도 같은 해 12월(1만명)이었다. 4년째 일자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4년보다 지금 3040 남성 일자리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인구 감소보다 취업자 감소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5월 기준 30대 남성 인구는 전년보다 5만4000명 줄었고 일자리는 7만개 사라졌다. 같은 기간 40대 남성도 인구가 4만명 줄어드는 동안 일자리는 6만3000개 증발했다.

이와 관련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더해 경기마저 예상보다 더 나빠진 영향"이라며 "30·40대는 핵심 경제활동인구인데 제조업이나 건설업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면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조업·건설업에 더해 역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소매·음식·숙박업종 내 3040 남성 비중도 23.7%로 작지 않다. 지난달 운영하던 치킨집 문을 닫은 40대 남성 B씨는 "고용주가 되면 아르바이트생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합의금과 치료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위험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라간 데다 배달대행수수료와 임대료까지 계속 오르고 있어 폐업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더 암울하게 만드는 건 3040 남성의 높은 고용률이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성·연령층 가운데 고용률이 가장 높은 게 40대 남성(92.2%)이고 그다음이 30대 남성(89.6%)이다. 일자리가 고스란히 있는 상황에서 직장을 그만둔 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달리 말하면 기를 쓰고 비집고 들어갈 일자리 자체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뜻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0대와 40대 남성을 위한 고용을 늘릴 여력이 별로 없다"며 "단기적으로 특정 성·연령층에 집중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대 남성과 모든 연령대 여성은 고용률이 50~60%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각종 규제 완화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그곳에서 제조·건설업 등에서 밀려난 3040 남성을 흡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도 유도할 수 있도록 내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로 줄어든 교육 서비스 수요를 여가·문화·의료 등으로 전환하도록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도 "근본적 규제 개혁과 교육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혁신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모든 성·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도 취업자 수는 늘고 있는 30대 여성 사례를 참고해 3040 남성 근로자를 위한 유연근무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유연근무제는 크게 △시차 △선택 △재량 △재택 △원격으로 나뉜다. 시차는 하루 8시간 근무하되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는 것이고, 선택은 주 40시간 근무 범위 내에서 필요에 따라 하루·한 주를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유섭 기자 / 이덕주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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