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음식배달 본격진출에 스타트업 '긴장'

이선희,이석희 2018. 6.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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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AI스피커 주문서비스..BBQ등 프랜차이즈 위주서 중국집·분식 일반식당 확대
2조시장서 캐시카우 확보포석
배달의민족 등 OTO업계 "진출안한단 약속 어겨" 비판
네이버도 주문서비스 제공..직접대행않고 스타트업 '상생'
국내 배달 시장에 카카오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피자, 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 14곳을 상대로 배달을 중개했던 카카오가 1년 만에 떡볶이, 순대 가게, 중국집 등 요식업 전반으로 서비스 확대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 O2O 관련 스타트업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국내 메신저 시장은 장악했지만 '캐시카우'가 없어 지난 1분기 매출 5554억원에 영업익 104억원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 중인 카카오가 배달 시장을 통해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카카오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내 배달 중개 서비스 '카카오 주문하기' 입점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BBQ, 미스터피자, 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14곳을 시작으로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선보인 지 1년2개월 만이다. 카카오는 주문하기 서비스를 위해 단말기와 모바일 앱을 연결해주고 콜센터 운영 및 배달 기사 대행을 제공하는 생각대로·TNB·씨엔티테크·메쉬코리아 등 중소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에 입점한 개인사업자가 모바일과 연동된 배달 소프트웨어가 없고, 배달 인력이 없어도 이 기업들 서비스를 사용해 모바일 배달을 수행할 수 있다.

카카오가 본격 배달업에 뛰어든 이유는 배달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1년간 시범운영 격으로 사업을 전개한 결과 카카오 주문하기에 입점한 프랜차이즈사는 39개, 점포 수는 약 1만5000개 수준으로 늘었고, 가입자 수는 250만명에 달했다. 헤어·주차·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생활 분야에서 O2O 서비스를 출시해 고배를 마셨지만 카카오는 배달 분야에선 다르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판매 채널 확대를 고민하는 중소사업자들의 입점 문의가 계속적으로 있었고 사업자들에게 효과적 마케팅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배달앱 서비스를 통한 국내 배달음식 거래액은 2조원으로 향후 12조~1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1위 배달의 민족(시장점유율 51%), 2위 요기요(35%), 3위 배달통(14%) 등 세 곳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진출로 오랫동안 고착된 삼파전 구도가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주문하기는 카카오톡이라는 친숙한 사용자환경(UI)이 기존 배달앱과 차별된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 주문하기를 사용하려면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 내에서 탭을 한 번 더 누르면 '주문하기'로 넘어가고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주문이 된다. 기존에 연동된 카카오페이를 사용할 수 있고, '친구 추가'를 누르면 카톡 창이 뜨면서 메시지로 주문을 수행하거나 상담이 가능하다. 카카오미니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음성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또한 타 업체 대비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프랜차이즈는 주문 건수당 수수료를 내고, 비프랜차이즈는 매월 입점 가격을 포함한 이용료를 내는 모델이다. 구체적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프랜차이즈는 건당 수수료가 약 10% 안팎이지만, 비프랜차이즈 중소사업자는 건당 수수료 없이 월 이용료 3만300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업계는 기존 사업자들이 일구어 놓은 시장에 플랫폼 파워와 자본력을 가진 카카오가 숟가락을 얹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주문하기 서비스를 내놓으며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때는 '프랜차이즈 업체에만 한정해 사업 영역이 다르다'는 입장이었던 카카오가 1년 만에 입장을 바꾸었다. 기존 사업자들이 키워놓은 시장에 숟가락 얹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카카오가 배달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모습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잠식하는 방식이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는 올 초부터 PC와 모바일에서 주문하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직접 배달을 중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사 포털에 배달의 민족 및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데이터베이스(자료)를 연동해 이용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에 우위를 둔 카카오는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력과 기술을 가진 기업이 뛰어든 만큼 기존 사업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고 스타트업과의 연계로 소비자 편의를 늘릴 수 있어야 배달업 진출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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