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야외 열람실에 원두막까지, 여기 도서관 맞아요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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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도서관 마당. |
ⓒ 김종성 |
서울 전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정독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는 가는 골목길은 다채롭기도 하다. 한복을 차려입고 거니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화사해진다. 이정표에 써 있는 길 이름도 '화개길', 꽃 피는 길이다. 골목길을 지나는 관광용 삼륜 인력거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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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도서관 가는 다채로운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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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도서관 야외 열람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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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비켜가는 무성한 나무 아래로 천천히 걷자니 무더운 날씨에 달구어진 머리와 등짝이 시원해졌다. 나무 그늘이 많다 보니 특별한 야외 열람실이 다 있었다. 눕거나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는 재밌는 공간이다. 책을 읽다가 깜박 졸아도 좋겠다.
도서관 마당엔 편안하게 앉아 쉬거나 책 읽기 좋은 벤치가 많은데, 이를 감싸듯이 자란 등나무는 햇살을 촘촘히 막아주고 있었다. 봄에는 흐드러진 벚꽃 잎을 피워내고, 이맘때면 까맣고 동글동글한 열매 버찌가 나는 왕벚나무도 많다. 왕벚나무에 이름표를 붙여 놓았는데, 왕벚나무(일본 국화인 갈잎 큰키나무)라고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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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쉼터로 손색없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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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이 많이 사는 정독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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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공식적인 나라꽃이 없으며 국화가 황실을 상징하고 있다. 참고로,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불력으로 막아내고자 만든 팔만대장경의 상당수가 벚나무로 만들어졌다.
도서관 마당에 사는 수백 년 묵은 향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양쪽에 지팡이(거치대)를 짚고 서있으면서도 푸르른 잎을 무성하게 피워내고 있었다. 정원 한쪽엔 옛날엔 관아였다는 조선시대의 건축물도 있어서 도서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잠시 이곳이 도서관임을 잊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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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돌돌~ 물소리가 좋은 물레방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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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원두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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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의 그림(인왕재색도)과 함께 서 있는 석비 너머로 인왕산이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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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은 명당 자리인지 과거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살았다. 갑신정변(1884)을 일으켰다가 단 3일 만에 실패, 일본으로 도주 후 고종 임금이 보낸 홍종우(조선 최초로 프랑스에 유학한 문신)에게 암살당한 비운의 혁명가 김옥균의 집이 있었다.
갑신정변이 실패한 뒤 주역들이 외국으로 망명하자 정부는 화동에 있던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을 몰수한 뒤 이 터에 1900년 한국 최초의 중등교육 기관인 관립중학교를 세운다. 이것이 정독 도서관의 전신인 경기고등학교다.
정독 도서관은 또한 고려 말 조선 초에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맹사성 대감의 후손들이 살던 '맹동산' 이 있던 곳이며, 조선 전기의 학자로 사육신의 한사람으로 훈민정음 창제에 공헌한 성삼문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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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 도서관의 흥미로운 족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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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들의 초상화가 들어있는 족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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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도가 빼곡히 적혀 있는 일반적인 족보외에 조상들의 초상화가 들어가 족보, 조상들이 묻혀있는 무덤의 위치와 형태가 그려져 있는 족보도 있어 흥미로웠다. 자기 성의 본관과 파만 알고 족보실로 오면 우리 집안 족보를 볼 수 있다.
작은 연못 주위로 돌돌돌~ 물소리를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원두막도 정독도서관의 여름 명소다. 물가에 있어서 그런지 시원한 기분이 더하다. 책만 읽기에는 아까운 도서관이구나 싶다. 무더운 여름날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기도 하다.
* 도서관 누리집 - https://jdlib.sen.go.kr
* 이용문의 : 02-2011-5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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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2일에 다녀 왔습니다. 서울시 '내 손안의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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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원두막, 갤러리가 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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