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금 스마트폰 보는 너! 다이어트 필요한 때"

입력 2018.06.1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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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 기자의 디지털 다이어트 7일

[주간동아]

[shutterstock]
“무슨 다이어트? 하다하다 이제는 디지털 다이어트까지 하냐.”

남편의 핀잔에도 굳은 결심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근무시간 중간 중간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쓸데없이 클릭하며,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 신체적 변화의 문제도 있었다.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각종 기사 검색, 지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파도 타기 등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다 보니 오른쪽 손목과 엄지가 저린 데다, 잠들 때쯤엔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지끈거려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살다간 머지않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것 같은 불안이 엄습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체력과 머리가 예전 같지 않아 생긴 일로 치부하기엔 스스로 생각해도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 ‘내가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라니…’

그래서 현 상태를 점검해보고자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www.iapc.or.kr)에 접속했다. 과의존 자가진단 항목에는 인터넷,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등 세 종류가 있고 각각 유·아동, 청소년, 성인 등 연령대별로 점검할 수 있게 나뉘어 있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중독 사례가 늘어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진단지가 새로 나왔다. 이를 살펴보니 문항은 10가지로 대답에 따라 각각 1~4점이 부여되는데, 표시한 답변 점수를 합산해 결과표를 보면 됐다(표1 참조).

기자도 성인·고령층 대상 진단을 해봤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총점은 25점으로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에 들어갔다. 결과표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조절력이 약화돼 이용시간 증가로 대인관계 갈등, 일상 역할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돼 있었다. 좀 더 심해지면 ‘ICT(정보통신기술) 역량 발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존재하는 상태’라는 우려도 덧붙어 있었다.

스스로도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잠재적 위험’ 경고를 받으니 당장 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일단 7일 동안 원칙을 세워 스마트폰 접속을 줄여보기로 했다. 실험 기간은 6월 4~10일로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포함해 스마트폰 사용은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기 △카톡은 업무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3시간 단위로 몰아서 확인하기 △신문·잡지·책 등 인쇄매체로 콘텐츠 읽기 △퇴근 후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기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두고 외출하기 등 5가지 실천 규칙에 따라 생활해보기로 했다.

■ 첫째 날(월)

전남 보성 출장이 잡혀 있어 아침 일찍 서울 용산역으로 향했다. 보통 때 같으면 집을 나서면서 대중교통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용산역으로 가는 교통편을 검색했을 테지만 지하철역에서 노선도를 살펴보는 쪽을 택했다. 불편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광주행 KTX를 탄 뒤에는 미리 챙겨놓은 신문을 정독했다. 따로 할 일이 없다 보니 평소 지나쳤을 단신까지도 살펴 읽게 됐다. 취재를 마친 뒤 올라오는 기차표 예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 앱 ‘코레일’에 접속했다. 차편이 1시간 단위로 있어 미리 예약하지 않았으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올라오는 차편에서는 KTX 좌석에 비치된 잡지를 꼼꼼히 읽었다. 시간을 보낼 놀이거리가 잡지밖에 없어 풍경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 둘째 날(화)

아침부터 카톡 알림이 계속 울렸다. 첫째아이와 둘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엄마들의 카톡방이었다. 월말에 있을 학부모 참여 수업 관련 안내사항과 건의사항 취합 등으로 10여 명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통에 미확인 카톡이 10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워킹맘을 카톡방에 넣어준 것만도 고마워 현실세계에서 참여하지 못하는 부분을 카톡 참여로 대신하고 있는 터였다.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는데, 출근하는 40분 동안 한 번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하루 1시간 이용 제한 시간을 초과할 듯해 업무시간에는 아예 가방에 넣고 꺼내지 않았다. 업무 집중도가 확실히 높아졌다.

디지털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신문, 책, 잡지 등 인쇄매체를 생활화해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왼쪽) e북을 읽은 지 5~6년 된 터라 종이책보다 e북 단말기를 사용하는 편인데, 스마트폰 e북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때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박해윤 기자]
○ 원칙 세워 스마트폰과 이별 연습

보통은 퇴근 후 집에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는데, 디지털 다이어트 시작 후 아예 서랍장에 넣어뒀다. 첫째 날에는 ‘급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뉴스가 있지 않을까’ 등 궁금증이 생겨 서랍장 쪽으로 눈길이 갔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무료해진 순간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아이들이 거실을 어지르면 치우기 바빴지, 무엇을 하고 노는지 제대로 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는 모습이 예뻐 보여 함께 하고, 동화책을 같이 읽는 시간도 디지털 다이어트 이후 늘어났다.

출퇴근 시간이 지루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하나 챙기지 않으면 멍하니 선 채 목적지까지 가야 했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펼쳐 보는 것은 승객이 적고 앉아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좁은 지하철에서 선 채로는 익숙지 않아 힘들었다. 대체재로 e북 단말기를 선택했다. 5년 전 첫아이를 낳은 후 접근성이 떨어지는 종이책 대신 e북을 주로 읽었는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스마트폰 e북 앱으로 읽어 e북 단말기를 볼 일이 거의 없었다. 또 지난해 출시된 월정액 e북 앱에 정기결제를 해놓아 스마트폰으로 e북을 보는 일이 많아졌고 이용시간도 길어진 터였다.

다행히 월정액 e북 앱을 e북 단말기에서도 연동할 수 있어 모두 다운로드한 뒤 출퇴근 시간에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스마트폰으로 읽을 때보다 전용 단말기로 보는 것이 편했고, 책 넘김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그만큼 여유를 갖고 읽게 됐다. 또 스마트폰으로 e북을 볼 때는 이 책을 읽다 저 책을 읽는 등 널뛰기식이었는데 단말기를 이용하니 책 한 권에 더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e북 단말기도 디지털 디바이스의 일종으로 디지털 다이어트에 반하는 행위였지만, e북을 본 지 벌써 5~6년이나 돼 유일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 셋째 날(수)

공휴일인 현충일이었지만 주간지 특성상 마감을 위해 일찍부터 근무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두기로 한 뒤부터 오히려 마음이 편해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불안했지만 쓸데없이 이어지는 스팸전화, 끝없이 쏟아지는 스팸문자메시지와 앱 알림으로부터 단절된 셋째 날부터는 도리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기사를 쓸 때도 디지털 다이어트 전에는 카톡이나 각종 앱 알림을 한 번씩 확인하느라 A4 서너 장 분량의 기사를 작성하는 데 너덧 번씩 흐름이 끊겨 마감 시간이 지체됐다. 그러나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고부터는 확실히 기사 작성 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 넷째 날(목)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무료한 시간도 견딜 수 있게 됐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에 시달렸다. 성격이 급하다 보니 무슨 일이든 내 손에 머물러 있는 것을 싫어하는 탓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면서 기사를 마감한 후 잠깐의 휴식 시간이 생겼을 때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접속하지 않고 멍하니 멈춤 상태로 있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료한 시간도 그 나름 의미

■ 다섯째 날(금)

다음 날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평소 손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어 필체가 망가진 지 오래였다. 마음에 들지 않아 미리 몇 문장 써본 뒤 볼펜으로 꾹꾹 눌러 썼다. 몇 문장 되지 않는 편지였지만 진심이 전해지리란 생각과 함께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 메시지나 날렸지 편지를 쓴 적은 드물구나 싶어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퇴근 후 서랍장에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남편, 아이들과 함께 한강공원 밤도깨비야시장으로 향했다. 집에 있으면 스마트폰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야식을 사러 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전화를 하지 못할 때,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확실히 스마트폰과 멀어질수록 가족 혹은 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아이들의 TV 의존도를 낮추고자 주중에는 TV 코드를 빼놓고 지냈다. 주말에만 보여준다는 원칙에 따라 어른도 주중에는 TV 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없었다. 특별히 챙겨 보는 방송은 없지만, 최근 유일하게 시청하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하트시그널’을 보려고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방송시간이 1시간 40분이라 하루 1시간 이용시간을 초과해 유일하게 원칙을 지키지 못한 날이 됐다.

■ 여섯째 날(토)

주말 이틀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 보통 이동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 아이들이 지겨워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곤 했다. 이번에는 USB저장장치에 오디오북과 동요를 담아 차량에 연결해 들려주니 관심을 가졌다. 오디오북은 얼마 듣다 곧 싫증을 냈지만 동요에는 흥미를 가져 무료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친구 결혼식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지 못해 매우 아쉬웠으나 다른 친구들이 대신 찍어준 덕에 몇 장 건졌다.

■ 마지막 날(일)

전날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기를 실천했다. 교회에서 둘째아이가 앞에 나가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저장하지 못해 아쉬운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쓸 일도 없었고, 뭔가를 확인하지 못해 답답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오후에는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고자 가족과 함께 성북동으로 향했다. 초행길이라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 스마트폰을 챙겼다. 길찾기 앱 덕에 목적지까지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디지털 다이어트는 다 할지언정 길찾기 앱 사용만은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저절로 디지털 다이어트가 됐다. 참석자 가운데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팔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 아이들과 노는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은 사진기로만 기능했다. 물론 저녁에 편집장이 업무 관련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디지털 다이어트를 핑계로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으나 한편으론 씁쓸했다.

7일간의 디지털 다이어트는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밤에 잠들기 전까지,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꼭 스마트폰을 쥐고 있어야 하던 것과 달리 참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또 눈이 침침하고 목이 뻐근하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신체적 피로감도 한결 덜했다. 단 7일간의 개선 노력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 그 나름 만족했다.

○ 디지털 기기에 종속되지 말고 주도적 삶 찾아야

기자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연구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은 2015년 16.2%, 2016년 17.8%, 2017년 18.6%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성인이 2015년 13.5%에서 2017년 17.4%, 유·아동이 12.4%에서 19.1%, 60대 이상 고령층이 11.7%에서 12.9%로 늘었고 청소년층만 유일하게 31.6%에서 30.3%로 줄었다. 특히 증가폭은 유·아동 6.7%p, 성인 3.9%p로 비교적 높아 주의가 요구됐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현실세계에서 부작용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최승미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선임상담사는 “성인의 경우 아무런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대화가 안 되고,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등 지장이 생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SNS 계정에 올라온 멋지고 화려한 삶의 일면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든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번에 잘됐으면 좋겠다는 ‘한탕주의’에 빠지는 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적절한 디지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가이드책도 꽤 나와 있다. 2013년 출간된 ‘디지털 다이어트 : 삶의 질 개선 프로젝트 28’(교보문고)에서 저자 대니얼 시버그는 △디지털 기기를 상자에 담아라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을 제한하라 △SNS를 잠시 멈춰라 △애플리케이션을 두 페이지로 줄여라 △온라인 계정을 점검하고 줄여라 △자기 머리와 다리를 사용하라 등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접속 빈도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변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 선임상담사 역시 목표를 크게 잡지 말고 조그만 실천 사항을 정한 뒤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장 먼저 본인이 사용하는 콘텐츠나 앱을 점검한 뒤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알림이나 푸시는 ‘off’로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또 하루에 한 시간을 특정해 사용하며, 대중교통 이용시간이나 식사시간에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신이 이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 분노, 부정적 감정이 느껴진다면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