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생일날.. 72세 트럼프에 날아든 우울한 선물

강윤주 2018. 6. 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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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검찰 트럼프 재단 유용 혐의, 트럼프 일가 기소

러시아 대선 개입 뮬러 특검 이어 또 다시 수사선상

눈엣가시 코미 비판하는 보고서 나온 게 그나마 위안

美 법무부 감찰팀 “클린턴 이메일 수사 절차상 잘못,

정치적 편향성은 없었다”고 선 그었지만 논란 불가피

6.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열린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확대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6월 14일) 준비한 케이크를 불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제공=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72번째 생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굿(good) 뉴스, 배드(bad) 뉴스’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파급력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배드 뉴스가 크다.

먼저 반갑지 않은 ‘선물’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타했다. 하필 생일날 뉴욕 주 검찰이 트럼프 재단 자금 유용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자녀들을 줄줄이 기소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조사하는 뮬러 특검에 더해, 뉴욕 검찰의 트럼프 재단 수사 선상까지 오르게 됐다.

뉴욕 주 검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여 년 간 개인적인 사업과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재단 자금 수백만 달러를 쌈짓돈처럼 꺼내 쓰며, 연방주(州) 자선단체 관련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기소 대상에는 재단 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방카, 트럼프 주니어, 에릭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도 포함됐다. 검찰은 트럼프 재단 해산 명령을 내리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280만 달러의 벌금과 배상금도 부과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단 돈으로 정치 자금 모금 행사 개최 비용을 대는 등 비영리 재단을 정치 활동에 불법 동원한 것이다. 그 외 드러난 사적 유용 혐의 역시 매우 구체적이다. CNN에 따르면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부채 10만 달러 상환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내셔널 골프 클럽 대회 상금 및 자신의 초상화 제작 비용 등 총 5건에 재단 돈을 썼다. 바버라 언더우드 뉴욕 검찰총장은 “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 책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재단 이사회는 지난 19년 동안 한번도 모인 적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등 운영도 막무가내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추잡한 뉴욕 민주당원들, 그리고 지금은 망신당해 쫓겨난 (전 뉴욕 주)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이 1,880만 달러를 받아 그보다 많은 1,920만 달러를 기부한 재단을 놓고 나를 제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해 합의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작게나마 위안을 얻을 만한 선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였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정당성에 흠집이 날 만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발표되면서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클린턴 이메일 수사를 갖고 대선 판을 뒤흔들었고, 대선 이후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와 내통 의혹을 조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력을 받다 전격 해임된 인물이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코미 전 국장의 해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가 없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미 법무부 감찰국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코미 전 국장의 클린턴 이메일 수사가 적절했는지를 자체 조사한 결과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의 결론은, “코미 전 국장이 정치적 편견을 갖고, 고의적인 의도 하에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증거는 찾을 수 없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코미 전 국장이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재개를 의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행위 등이 FBI 수사 절차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이메일 수사를 맡았던 핵심 요원들의 정치적 편향성 부분이 드러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피터 스트르조크와 리사 페이지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인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들어가 있다. 페이지는 당시 불륜 관계였던 스트르조크에게 “(트럼프는) 절대 대통령이 안 되겠지? 그렇지? 그렇지?”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이에 스트르조크는 “그렇지. 그렇지. 그는 (대통령이) 안 될 거야. 우리가 그것을 막을 거야”라고 답신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 보고서를 뮬러 특검의 정치적 편향성과 연관 지어 흔들기에 나설 태세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가진 스트르조크가 뮬러 특검에서도 일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보고서는 코미의 행실과 일부 FBI 요원들의 정치적 편향에 대한 대통령의 의심을 재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이번 보고서와 뮬러 특검과의 연계성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보고서는 뮬러 특검을 약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생일날 쏟아진 파란만장한 선물에 지친 탓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공교롭게 자신의 생일과 겹친 미 육군 창건일에 축하 메시지를 트위터에 띄우며 ‘자축’에 나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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