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은 정숙하게 가리고 섹시하게 벗는 여성?"

박효익 기자 2018. 6. 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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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춘향제'가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춘향제 시민모니터링단은 "올해로 88회를 맞은 춘향제는 화려하고 수준 높은 국악 및 현대적인 공연이 아름다운 광한루원에서 펼쳐지면서 남원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 여성 혐오 문화를 근간으로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전국춘향선발대회'와 '기생점고(妓生點考)'가 따로 또 같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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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제 모니터링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재생산"
섹시댄스를 추는 전국춘향선발대회 후보들(출처 ‘문화기획달’ 블로그) © News1

(남원=뉴스1) 박효익 기자 = 전북 남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춘향제’가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춘향제 시민모니터링단은 “올해로 88회를 맞은 춘향제는 화려하고 수준 높은 국악 및 현대적인 공연이 아름다운 광한루원에서 펼쳐지면서 남원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 여성 혐오 문화를 근간으로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전국춘향선발대회’와 ‘기생점고(妓生點考)’가 따로 또 같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춘향제 시민모니터링은 지리산 지역 여성주의 문화단체인 문화기획달이 ‘2018년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 선정단체로서 여성가족부 후원을 받아 여성 주민들을 주축으로 진행한 농촌페미니즘 예공공(예술인문 공부공동체) 활동 중 하나다.

모니터링은 춘향제 부대행사인 ‘춘향선발대회’와 ‘신관사또 부임행차’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상설 문화관광프로그램으로 지정된 ‘신관사또 부임행차’는 4~10월 매주 주말 광한루원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춘향가의 ‘기생점고’를 극화한 퓨전마당극이다.

기생점고는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으로, 새로 부임한 변사또 앞에서 명을 받은 호방이 기생을 한 사람씩 호명하고 선을 보이는 장면이다. 양반들이 즐기던 기녀제도를 마당극으로 재현한 것이다.

모니터링단은 “춘향선발대회와 신관사또 부임행차가 여성을 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시키는 열녀이데올로기와 남성의 성적욕망을 허용하는 기녀제도라는 전근대적인 가치를 남원의 지역문화로 둔갑시켜 관광상품과 대중의 유희거리로 만들었다”며 “‘여성 친화 도시’로 선정된 남원이 춘향을 소비하는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춘향선발대회 후보들(출처 ‘문화기획달’ 블로그) © News1

대회는 Δ춘향후보들의 등장 Δ부채춤 공연 Δ자기소개 Δ댄스무대 Δ장기자랑 Δ심층질문 Δ최종선발로 구성됐다. 사회자가 춘향후보들을 차례대로 호명하면 한 명씩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고, 춘향후보들이 장기를 선보이는 과정이다. 모니터링단은 이를 ‘기생점고’ 대목을 미인대회의 형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회자는 ‘춘향의 지고지순한 마음’, ‘마음 따뜻한 아가씨’, ‘기분 좋게 만드는 눈웃음’ 등의 표현을 한다. 춘향후보들의 자기소개를 통해 ‘이몽룡의 하나뿐인 춘향’, ‘이몽룡과 변사또를 매료시킬 춘향’, ‘오늘밤, 제 이름 불러 주실거죠?’라는 말을 한다.

춘향후보들은 단아한 한복을 입고 자기소개를 한 후 사회자의 진행멘트대로 ‘깜짝 놀랄 만한 반전 매력’을 드러내는 섹시한 의상을 입고 걸그룹 댄스를 선보인다.

모니터링단은 "춘향의 자질을 점검하는 심층질문 순서에 ‘얼굴이 못 생긴 춘향이 이도령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도령이 정말 거지꼴로 돌아온다면?’ ‘변사또가 거액의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며 "후보들은 ‘지조와 절개’, ‘변치 않을 사랑’을 약조하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춘향선발대회’가 표방하는 춘향은 남자들이 원하는 개념녀, 정숙하게 가리고 섹시하게 벗는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민모니터링단의 발제를 들은 농촌페미니즘 예공공 회원들은 춘향을 사랑의 아이콘으로 설정하고 지조와 절개를 지킨 열녀 이미지로 국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며 “막연하게 알고 있는 춘향전을 제대로 읽고 비평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춘향을 보여주는 현대적인 패러디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whick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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