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지난 밤에 한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뽑아 매일 아침 배달한다. 한창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잠을 청해야만 했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풋볼리스트’가 준비했다. 전체 경기를 못 봤더라도 이 장면만은 챙겨두시라. <편집자 주>

개최국의 무패 징크스는 러시아에서도 이어졌다. 8개월 동안 승리가 없던 러시아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 앞에서 대승을 거뒀고, 그 중심에는 1996년생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있었다.

15일(한국시간) 0시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공식 개막전에서 홈팀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대파했다. 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러시아는 시종일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경기가 끝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공식 최우수선수는 2골을 넣은 데니스 체리셰프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빛난 활약을 한 건 팀 내 최연소자인 골로빈이었다. 골로빈은 러시아가 넣은 5골 중 3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다른 득점 장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 1-0 사우디 : 전반 12분, 스타 탄생의 서막

개최국 러시아는 대회가 개막하기 직전까지 홈 팬들에게 날선 비판을 받았다. 7경기 연속 계속된 무승 행진과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 때문이었다.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여론을 돌려놓겠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남들이 귀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러시아는 이전까지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골로빈과 유리 지르코프를 중심으로 초반부터 공격을 진행했다. 특히 골로빈은 전반 6분 자기 진영에서 공을 따낸 뒤 수비의 압박을 벗겨내고 알란 자고예프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밀어 넣으며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던 골로빈의 발에서 첫 골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진영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얻은 러시아는 지르코프가 키커로 나섰다. 지르코프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 맞고 흐르며 다시 돌아왔고,. 지르코프는 골로빈에게 공을 넘겼다. 골로빈은 페널티박스 안을 한번 바라본 뒤 자세를 잡고 크로스를 올렸다. 골로빈이 찬 공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머리 위를 지나 유리 가진스키에게 정확히 연결됐고, 러시아의 첫 골로 이어졌다. 골로빈의 탁월한 킥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자, 러시아가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가는 장면이었다. 또한 새로운 스타 탄생의 서막이기도 했다.

 

#러시아 5-0 사우디 : 후반 45+3분, 환상적인 프리킥골- 화룡점정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이후에도 골로빈의 활약은 이어졌다.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여유롭게 시저스 페인팅을 하는가 하면, 빠른 스피드로 뒷 공간을 향해 들어가 공을 따내기도 했다. 후반 26분에는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를 올려 아르템 주바의 헤딩골을 도왔다.

골로빈은 90분 내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왼쪽 측면을 휘젓다가 어느새 오른쪽으로 넘어와 크로스를 올리고, 때로는 중앙으로 쇄도해 드리블과 패스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다. 골만 없었을 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추가시간마저 끝나가던 후반 막판, 골로빈은 경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기회를 얻었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고 중앙으로 돌파를 시도하던 골로빈은 타이시르 알자심에게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페널티박스 코앞에서 따낸 좋은 기회였다.

키커로 나선 건 역시 골로빈이었다. 공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도움닫기를 시작한 골로빈은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감아 찼다. 골로빈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벽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 골문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압둘라 알마유프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골로빈은 골이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서 팔로 높게 치켜 들었다. 러시아 축구를 이끌어갈 새로운 에이스가 전세계인 앞에서 한 쇼케이스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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