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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 1호` 김포공항 골프장,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 가능할까

지홍구 기자
입력 : 
2018-06-15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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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내 유휴지에 조성 중인 27홀짜리 김포공항 골프장. 7일 기준 공정률 87%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9월께 18홀을 먼저 개장한 뒤 10월께 완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지홍구 기자
[전국구 와글와글-52] 서울 최초 대중 골프장으로 관심을 모은 김포공항 골프장이 9월께 문을 연다. 2004년 국토부 차관 주재 회의에서 골프장 개발을 결정한 지 14년, 2008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지 10년 만이다. 지난 7일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내에 조성 중인 27홀 골프장 중 18홀을 9월에 먼저 개장하고, 27홀 전체는 10월께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골프장은 김포국제공항 외곽 유휴지인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 일대 99만8126㎡에 조성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인서울27골프클럽이 1200억원을 들여 27홀 규모로 짓고 있다. 1~9홀은 기존 습지와 원지형(原地形)을 보존한 친환경 코스로, 10~18홀은 리듬감 있는 언듈레이션(Undulation)·황금빛 러프 코스로, 19~27홀은 기존 소하천을 넘겨 공을 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재 공정률은 약 87%, 각 홀 등 필드에 심은 잔디가 계획대로 잘 자라고 있고, 클럽하우스는 내부 공사 중이다. 골프장 주변에는 축구장·테니스장 등 주민체육시설(1만㎡)을 포함해 26만4810㎡의 대체녹지 조성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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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는 오랫동안 나대지로 방치해온 김포공항 외곽 유휴지가 조류 서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변하면서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토지 무단 점유, 쓰레기 불법 투기 등이 잇따르자 10여 년 전부터 항공기 안전과 주변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실제 김포공항에서는 지난해 10월 25일 김포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비행기가 조류와 충돌하면서 항공기 엔진 이상으로 회항하는 등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1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2009년에는 미국 US에어웨이 여객기가 이륙 2분 만에 조류와 충돌해 엔진 2개가 동시에 정지되며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공항 주변 습지를 항공기 안전 운항을 저해하는 장소로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미국 댈러스 포트워스 시애틀공항, 일본 나리타공항 등이 공항 주변을 골프장으로 개발한 것도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김포공항 내 골프장 건설 계획은 순탄치 않았다. 환경단체 중심으로 환경 훼손 주장이 일면서 골프장 건설 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 등 갈등이 적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김포공항 습지는 천연기념물과 32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건강한 습지대"라며 "한국공항공사가 환경보전이 잘된 30만평을 파괴하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골프장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사업 자체를 반대했다. 이에 한국공항공사는 습지로 몰려든 조류로 인해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할 위험성이 증가하고 조류 충돌로 인한 인·물적 피해 사례 등을 들며 결국 사업을 관철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뜬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이 마침표를 향해 가면서 항공업계도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공항 골프장은 조류 유인 요소를 차단해 항공기 조류 충돌을 방지하고 항공기 완충 녹지를 조성해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신규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골프장 허가 당시 환경전문가와 환경영향평가, 법정보호종, 습지 보호 등과 관련해 협의하도록 한 조건이 붙으면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의 근거가 됐던 습지와 하천 등이 '원지형을 최대한 살린 친환경 코스'란 명목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습지 등이 보전되더라도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과거처럼 조류 서식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도 공사 차량과 작업 인부들로 인해 조류가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공항 골프장 이용료(그린피)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한국공항공사, 서울 강서구청, 경기 부천시청, 인서울27골프클럽이 참여하는 그린피심의위원회를 7월께 열어 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 시행사가 사업계획서에 서부권역 골프장의 평균 요금을 넘지 않겠다고 명시한 데다 공공용지 개발 사업이란 점에서 평균 이하의 요금 결정이 전망되고 있다.

김포공항 골프장은 인서울27골프클럽이 관련 시설물을 조성하고 20년간 운영한 뒤 공사에 기부채납하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공항공사는 20년 동안 토지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36억원(매년 물가상승률 반영)을 받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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