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남마저 잃다니" "자유경북당 됐다".. 野 빈사상태

최연진 기자 입력 2018.06.1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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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민심 / 충격의 野]
지도부 사퇴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혼란 속 자조와 탄식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 하루 만에 당 지도부 퇴진 등 후폭풍에 휘말렸다. 하지만 선거 패배의 충격이 엄청나 야당에선 14일 "당 지도부 퇴진 정도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는 탄식이 나왔다. "모든 걸 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퍼지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당 해체를 포함한 전면적 재편 흐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날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들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큰 표 차이로 패배한 데 대해 "TK자민련이 됐다" "자유경북당"이라는 자조를 쏟아냈다. 한 재선 의원은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2년 뒤 총선 참패마저 예고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부산·경남 패배보다 서울 강남·송파구청장 패배가 더 충격적이다. 강남마저 등을 돌리다니…"라고 했다.

침통한 야권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서울 종로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해단식을 가진 후 자리를 떠나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박상훈 기자

소속 의원들의 '반성문'도 이어졌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대변했어야 할 저희가 밥그릇 싸움, 집안싸움에 골몰했다"고 했고, 서울 송파갑이 지역구인 박인숙 의원은 "국민이 한국당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처절하게 반성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광역·기초단체장 '0석'은 정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이번 결과로만 보면 다당제 실험은 실패했다"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다만 세 사람 모두 정계 은퇴 문제엔 선을 긋거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두 당 일각에선 "적당한 때를 봐서 다시 복귀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한 세 사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은 자신들의 대선 득표율 합(52%)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권의 혁명적 재편이 없는 상황에서 세 사람이 은근슬쩍 복귀한다면 야당은 다음 총선도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야권의 진로를 설명하진 못했다. 이날 두 당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화제로 삼았다. 하지만 상당수가 "대안이 아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 당직자는 "이럴 바엔 당 밖에서 리더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도양양한 인사라면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야당에 몸을 담겠느냐"는 목소리도 컸다.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한 당 재건이 쉽지 않다는 우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당을 해체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고 했다. 정책·노선·전략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을 알지 못했다"며 기존 노선을 과감히 바꾸자고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당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름만 통합됐지 내부적으로는 전혀 통합되지 않았다"며 "이럴 바엔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두 당 모두가 머지않아 '헤쳐 모여'식 정계 개편 흐름에 내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TK당'으로 전락한 한국당, '난임 정당'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미래당 모두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두 당과 보수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하는 '보수 대통합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당은 일단 새 지도체제를 논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난 국민의 분노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냉철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긴급 간담회에서 "15일 의총을 열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두 당 모두 일정 기간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쳐 전당대회를 통한 새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