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작했어? 美北회담·지방선거에 관심 '뚝'

이희수,류영욱 입력 2018. 6.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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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 14일 개막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지나칠 만큼 차분하다. 과거와 같은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남북 평화의 물꼬를 트는 미·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시기가 겹친 데다 과거 대비 약화된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에 그 어느 때보다 월드컵 열기가 시들해진 모습이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20·30대 남성 가운데서도 월드컵 개막식이 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한 모씨(33)는 "월드컵 정도의 이벤트는 챙겨 봤는데 오늘이 개막일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며 "전에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마케팅이나 광고가 많았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 모씨(28)는 "다음주쯤에 우리나라 경기가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대회가 오늘부터 시작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월드컵'이라고 검색하면(14일 오전 9시 기준) '월드컵 너무 갑작스럽다' 등 대회 개막식에 놀라는 게시물이 검색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는 포털사이트 검색 수치로도 드러난다. 검색어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키워드에 대한 검색량은 11이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검색량 수치를 100으로 잡았을 때의 수치로,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당시 개막일 전 수치인 58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무관심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7일간 '월드컵' 검색 수치에서 한국은 본선 진출국 32개국 중 아이슬란드와 세네갈을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원인으로는 대형 이슈가 연달아 있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2일 개최된 첫 미·북정상회담과 13일에 열린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인해 국민 관심이 정치·사회로 쏠린 것이다. 한 트위터 유저(@M_****)는 "외교·국제 정세와 선거에 대한 관심으로 월드컵을 덮어버리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저조한 성적이 예상되는 국가대표팀 전력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팀은 지난 11일 세네갈과 치른 최종 평가전에서 0대2로 패배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조 편성에서도 지난해 우승팀 독일, 6회 연속 월드컵 진출팀 멕시코, 유럽 예선을 뚫고 올라온 스웨덴과 한 조에 묶여 16강 진출이 요원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 업계도 울상이다. 특히 외식배달업계는 월드컵 특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A프랜차이즈 치킨은 회사 차원에서 개막식을 대비하지 않고 있다. A치킨 측은 "예전에는 개막식 등 모멘텀이 있으면 배달이 확 늘어 미리 물량을 준비해뒀다"며 "이번은 월드컵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과거와 달리 개막전 평가전 경기 때도 매출이 늘지 않아 개막식을 당연히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프랜차이즈 치킨 측도 "평창동계올림픽 때보다 훨씬 떨어지는 관심이 느껴진다"며 "다음주 우리나라 경기를 지켜봐야 하지만 큰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희수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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