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구미시장 당선인 민주당 장세용···“박정희만 바라보는 구미, 바람직하지 않아”

백경열 기자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도 구미시가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적이 없다. 역대 구미시장은 수십억~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의 정국과 맞물리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당선인(64)이 탄생한 점을 ‘사건’으로 꼽는 이유이다. 장 당선인은 경북 지역에서 역대 세 번째, 구미시 최초의 진보 성향 단체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의 임기 내에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구미시 제공

-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하루 사이에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얼떨떨하고 부담스럽다. 출마 당시에는 은근히 ‘이런 사건’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보수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덜컥 당선되니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구미시를 정말 괜찮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선거 과정에서 새삼 느낀 부분이 있다. ‘구미가 다양한 논의를 해 나가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기초단체장으로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은 그대로 진행되나?

“선거 운동 막판에 이 문제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고민이다. 다만 기존 사업을 재검토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시민과 논의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관련 사업이) 막대한 예산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고민으로 남는다. 답이 없어 막막하다. 일례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유지·관리하는 데만 한 해 60억 원가량 예산이 든다. 경북도지사로 낙점된 이철우 당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을 가져갔으면(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봤다(웃음).”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25만949㎡ 터에 조성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의 모습. 공원은 2009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업 추진을 건의해 성사됐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25만949㎡ 터에 조성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의 모습. 공원은 2009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업 추진을 건의해 성사됐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현 시점에서의 복안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밝혔지만) 구미시에서 새마을 운동 관련 사업을 주로 맡는 ‘새마을과’의 명칭을 ‘시민사회지원과’로 바꿔서 지역 내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는 부서로 만들고 싶다. 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안에 별도의 전시동을 마련하는 등 용도를 일부 변경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인 박상희(朴相熙)와 같은 독립운동가를 함께 기리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만 기린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고, 시민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모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사안이다.”

- 장세용 당선인이 맡게 될 구미시는 어떤 모습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이라는 상징을 따르는 분들의 뜻은 존중할 계획이다. 다만 도시의 색채를 박 전 대통령이 결정짓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단색으로 채색되는 건 우려스럽다. 도시는 다양해야 한다. 그 문제에 관해 시민과 함께 긴 호흡을 갖고 논의하겠다.”

지난해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방문객들이 추모관 등을 둘러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지난해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방문객들이 추모관 등을 둘러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돌파구는 (선거전에서 그랬듯) 역시 경제인가?

“그렇다. 구미시는 그 동안 2명의 시장이 24년 간 각각 3선을 하면서 많은 기업과 노동자가 떠나게 만들었다. 구미 경제는 반토막이 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강조하는 게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저의 고민에 공감한 시민이 많았고, 당선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구미시를 다시 일으킬 새로운 상징을 모색하는 데 뜻을 모을 예정이다.”

- 구체적인 복안이 있나.

“나빠지기만 하는 구미 경제의 흐름을 끊는 게 중요하다. 그 동안 구미는 공업도시, 산업도시로만 여겨져 관련 정책이 단순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시 재생을 강조해 왔다. 구미국가산업 제5단지를 빠른 시일 내 분양하는 등 다양한 돌파구를 찾겠다.

또 교통 수단의 경우 통합성이 없어 도시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트램(Tram)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계해 도시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을 살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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