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킬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전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전혀 뜻밖의 능력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 한밤중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몸은 투명한 불이 되어 대상을 불태워 버리기도 하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채 ‘위험한 존재’ 즉 ‘미세스 하이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소극적이고 의욕 없던 지킬은 학교에서도 점차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생님으로 변해 갔다. 아이들에게 실험실을 개방해 일종의 번개 충격 실험인 ‘패러데이 새장’을 알려주고 특히 공부에 전혀 관심 없던 말릭은 ‘생각하기’ 방식의 학습법을 통해 지식 탐구 학생으로 변모했다. 점차 지킬 선생님에 대한 학생, 학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느덧 지킬은 학교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지킬은 스스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 ‘하이드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이제 볼품없고 무시당했던 옛날의 지킬로 되돌아 가겠다고 결심한다.
영화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는 큰 틀에서 인간에 잠재된 본능을 관찰한다. 그 기본 학습 재료는 19세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역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다. 이 소설은 인류가 종교, 철학, 문학 등에서 가장 깊은 관심사인 인간의 본성, 즉 선과 악의 양면성에 대한 기본 틀을 정리, 제공한 작품이다. 그가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대조적인 소설 모두를 완성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내면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재능을 지닌 자아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아무튼, 영화는 판타지 느낌도 있고 이야기의 개연성 아귀가 정밀하게 들어맞지도 않지만 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이야기가 중심을 잃지 않았고 그 중심에 이자벨 위페르가 있기 때문이다. 지킬과 하이드의 뚜렷한 캐릭터 변화를 섬세함으로 표현하는 위페르의 연기는 거의 교과서급이다. [글 블랙뤼미에르(필름스토커) 사진 영화 <미세스 하이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33호 (18.06.19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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