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엇갈린 표정, 민주당 '환호' VS 야당 '깊은 침묵'

박순봉·김한솔·이효상·허남설 기자 2018. 6. 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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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6·13 지방선거의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든 여야 표정은 선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패배가 예상되는 야당은 충격 속에 침묵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앞줄 가운데) 등 지도부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여당 압승으로 조사괸 방송3사 출구조사 예측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날 오후 6시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순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대기 중이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는 박수와 함께 함성이 울려퍼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이해찬 선대위원장 등은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모두 민주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발표되자 활짝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추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공개 직후 인터뷰에서 “평화의 길이 열리는 가도에 국민 여러분께서 한껏 힘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며 “후보들이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역별 결과가 TV화면에 뜰 때마다 박수를 쳤다. 특히 관심 지역이었던 서울 송파을에서 민주당 최재성 후보가 한국당 배현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환호성이 나왔다. 맨 앞줄에서 지도부와 함께 결과를 지켜보던 최 후보는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충북 제천·단양에서 이후삼 후보가 약 1%포인트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제주에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 대구에서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공개될 때는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방선거와 재·보선 압승이 예상됐던 만큼,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추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오후 6시30분쯤 자리를 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당직자들이 13일 선거 끝나고 당사에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자유한국당은 무거운 적막감에 휩싸였다.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5분 전쯤 서울 여의도 당사 2층 종합상황실을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9개 생방송 모니터만 말없이 바라봤다. 김 원내대표는 긴장한 듯 연신 종이로 부채질을 했다.

결과가 속속 발표될 때마다 지도부는 입을 열지 못했다. 한국당이 광역단체장 2곳,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 1곳 우세 등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뭐야”란 짧은 한마디만 나올 뿐이었다. 홍 대표 입가엔 씁쓸한 웃음이 서렸다. 김 원내대표는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상황실엔 취재기자들의 타자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만 맴돌았다. 홍 대표 등 지도부는 오후 6시10분쯤 자리를 일어섰다. 홍 대표는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답변하지 않고 곧장 당사 대표실로 향했다.

홍 대표는 상황실을 나간 지 30분 뒤쯤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란 한문장을 적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참담하고 암담한 심정”이라며 “탄핵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보수 혁신·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게 오늘 그 결과로 여실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바른미래당에도 적막만 흘렀다.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과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순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와 TV 소리만 들렸다. 약 15분 간 중계를 지켜보던 유 대표가 먼저 자리를 떴다. 유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나중에 다 지켜보고 제 입장을 말씀 드리겠다”며 입을 닫았다.

박주선 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다. 한치 앞이 안보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그래도 아직까지는 중도, 개혁, 실용의 가능성이 완전 소멸됐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바로설 수 있는 방향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중도 개혁의 제 3의 정치 세력이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것을 기대했었던 많은 지지자들,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이어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정당으로 정체성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점 이런게 앞으로 제 3의 정치세력 중도개혁의 새로운 세력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정립을 해야겠다. 이런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순봉·김한솔·이효상·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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