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손 잡은 직후..금융시장 첫 반응은(종합)

김정남 입력 2018. 6. 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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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시장의 첫 반응, 예상보다 '무덤덤'
원화가치 오히려 하락..증시 혼조
"중장기적인 시각서 긍정론 무게"
삼성證 "韓 경제 획기적 도약할 것"
"韓 원화 안정세·증시 재평가 계기"
싱가포르 세인트리지스호텔에 머물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오후 9시4분(한국시간 오후 10시4분)께 전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나 싱가포르의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등 대표적 관광명소를 차례로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제야 첫 발을 뗐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원화 자산의 가치가 저평가된 현상)’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의 첫 반응은 무덤덤했다. 회담 결과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북·미 관계 자체가 중장기적 이슈라는 점 때문이다. 당분간 우리 경제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북한’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시장의 첫 반응, 예상보다 ‘무덤덤’

13일 국제금융센터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80.6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40원)를 감안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077.2원)과 비교해 4.85원 상승했다(원화 가치 하락).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소폭 약세(원·달러 환율 2.0원↑)를 보였는데, 그 직후 역외시장에서는 그 폭이 더 커졌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다소 빗나간 것이다. 시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중장기적 이슈이긴 하지만, 일단 원화 강세 재료가 될 것으로 점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자체가 지정학적 위험 완화를 상징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시장은 코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원화는 오히려 약세를 띤 것이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북·미 회담 이후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봤는데, 시장의 기대가 앞섰다는 느낌”이라며 “북·미 관계가 단기에 풀리기보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우려도 내포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회담 성과를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비슷했다. 뉴욕 증시는 혼조였다. 주요국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등은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스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새로운 약속이 없었다”고 했다. 국내 채권시장 한 인사는 “딱 예상했던 정도였다”며 “단기적으로는 어느 한 방향으로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평가도 ‘신중론’에 가까웠다. S&P는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적으로 완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3년 내에 역내 국가신용 위험이 현저히 감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북한의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도 했다. 오는 14일 국내 금융시장 역시 미국처럼 FOMC 결과에 더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장기적인 시각서 긍정론 무게”

그럼에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긍정론’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금융시장에 당장 훈풍이 불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면 원화 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은행 UBS는 “북·미 관계 개선은 신흥국 통화 중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외환시장 기저에서 원화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에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우호적이다.

씨티는 “이번 회담은 한국 증시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최초의 북한 전담 리서치팀인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도 이날 첫 리포트를 통해 “한반도에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팀장은 “한국의 풍부한 자본, 산업화의 경험이 북한의 인력, 자원 등과 결합하면 장기적으로 양국 경제에 획기적 도약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연내 2800선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중론과 긍정론이 혼재하는 만큼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새 돌파구로 만들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하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양측 실무진간 접촉과 추가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이 도출되는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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