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독' 사라지면 정부 재정 어떻게 될까..美연구팀, 폐간 신문 분석

노진호 2018. 6.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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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015년 사이에 폐간된 미국 지역 신문사

언론을 일컬어 흔히 '왓치독(watch dog·감시견)'이라고 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행정·사법·입법 등 3부의 권력이 자칫 오·남용되지 않도록 감시, 견제해야 하는 중요한 공적 역할을 요구받기에 '제4부'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이 '왓치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 창 리 교수, 더모토 머피 교수, 노터데임 대학교의 펭지 가오 교수가 미국의 폐간 신문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8일 '금융은 어둠 속에서 죽는가? 신문 폐간이 공공 재정에 미치는 영향(Financing Dies in Darkness? The Impact of Newspaper Closures on Public Finance)'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15년 사이 미국 1266개 지역의 1600개 신문을 대상으로 폐간 현황을 추적했다. 전체적인 경향을 말하자면, 다른 신문사와 통폐합되고 이 중 296개 신문사가 폐간되는 등 신문 축소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문 폐간된 204개 지역 추적해보니
이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지역신문이 폐간된 204개 지역의 상황을 분석해봤다. 특히 '재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역신문 폐간 후 지역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지역 신문이 폐간한 지역은 장기 대출비용이 연 11bp(Basis point·1bp당 약 이자율 0.01%)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의 임금률, 고용률, 1인당 세금, 사채 만기일 전 상환 및 협상 비용 등 여러 재정 상황의 비효율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지역 신문사의 폐간은 그 자체로 지역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지역 경제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로 지역 신문사의 폐간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출기관에서는 해당 지역에 돈을 빌려줄 때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신문 폐간된 지역, 재정 비효율성 악화했다
다음은, '감시견'이 사라진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지역 신문사의 역할이 지역 자본시장의 재무건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2009년 폐간한 덴버의 록키 마운틴 뉴스를 들여다보자. 이 신문은 연방 기금 감사 의혹 보도와 일련의 구두계약 등 지역 정부 관련 소식을 광범위하게 다뤄왔다. 연구팀은 이 신문의 폐간 전과 폐간 후 지방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이 신문이 없어진 후 지방 정부가 새로 발행한 지방 채권 가산금리가 연 37bp 증가했다.

연구팀은 재정적인 영향 외에 "지역 신문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공유하는 이야기의 공통 주제를 찾기 힘들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발언이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연구를 수행한 가오 교수는 "어떤 이들은 지역신문의 역할에 대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혹은 다른 미디어가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이나 전국 뉴스 미디어가 쉽게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 리 교수 또한 "지역신문 폐간이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힌 사실상 첫 연구"라며 "지역 신문 폐간으로 인해 시민들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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