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당한 판사, 대법원장에 "고발 절차 밟아달라" 공개 편지

입력 2018. 6. 13. 11:16 수정 2018. 6. 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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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처리 방안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만 남은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산 내역 등을 뒷조사 당한 현직 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고발 절차를 밟아달라"고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띄웠다.

차 판사는 편지 말미에 추신을 통해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이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논거는 '나나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 대법원장 고발 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그러니 재판 독립 침해다'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 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 고백"이라며 "법령에 따른 고발 의무 면제를 요구하고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고발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위가 오히려 장래의 담당 판사에게 소극적 수사·재판의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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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안 수원지법 판사, 페이스북에 글 올려
"국정조사·탄핵 실효성 없어..대법원장이 적절 주체 찾아 고발해야"

[한겨레]

법정농단과 관련해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처리 방안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만 남은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산 내역 등을 뒷조사 당한 현직 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고발 절차를 밟아달라”고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띄웠다.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사법연수원 35기·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겸임)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판사는 “대법원장님을 위한 출구전략으로 수사협조 선언 등의 여러 방안이 고려되는 듯하다”며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어디서도 ‘법대로 하는 출구전략’을 의견으로 드리는 곳이 없는 듯해 의견을 드려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국정조사는 강제력 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는 대책이고 탄핵은 이미 법원을 나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 박병대 전 처장 등의 퇴직 법관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대법원장께서 통상적인 법관 징계나 비위 사안처럼 적절한 주체를 찾아 그 주체를 통해 통상 절차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판사는 이어 “통상적인 법관의 징계 검토 과정에서 형사범죄 발견 시 고발하는 절차를 그대로 거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것은 직무유기”라며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을 조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조사단의 업무 중 하나가 형사범죄 검토였고 윤리감사관과 윤리감사 기획심의관이 각 특별조사단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 발견된 범죄 혐의에 대해 고발할 의무는 주된 업무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발 주체에 관해서 법관징계업무편람 등을 살펴본 뒤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법원 내부망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행자부 (현 행정안전부) 징계편람을 참고해 해당 기관의 장이 고발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별 징계자료를 정리해 올린 윤리감사관실이 행정처에 속하므로 행정처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대법원장에게 그 자료를 올렸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이 원한다면 고발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 판사는 편지 말미에 추신을 통해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이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논거는 ‘나나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 대법원장 고발 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그러니 재판 독립 침해다’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 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 고백”이라며 “법령에 따른 고발 의무 면제를 요구하고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고발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위가 오히려 장래의 담당 판사에게 소극적 수사·재판의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재산 신고 내역까지 뒷조사 당했다. 그는 해당 편지를 김 대법원장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현 대법관), 윤리감사관에 메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차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편지 내용 전문이다.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

대법원장님의 의견수렴과정에서 , 다양한 의견이 나온 듯 합니다 . 거의 대부분 정무적 의견이 .

대법원장님을 위한 출구전략으로 , 수사협조 선언 등의 여러 방안들이 고려되는 듯 합니다 .

사법발전위원회 , 법원장 회의 , 전국법관대표회의 어디서도 , “법대로 하는 출구전략 ”을 의견으로 드리는 곳이 없는 듯하여 , 제가 의견을 드려봅니다 . 대법원장님 외에 , 법원 행정처장님 , 윤리감사관님에게도 메일로 보내드릴 예정이고 , 소통의 창에도 접수시킬 예정입니다 .

판사님들도 한번 읽어봐 주십시오 . 사법발전위원회 , 법원장 회의 관련 언론기사에서도 , 전국법관대표회의의 10시간 넘는 토론과정에서도 , 징계검토 과정에서 직무상 범죄혐의 발견시 고발의무를 지우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이나 다른 규정 , 관행을 검토하는 논의를 저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 새로운 내용이니 , 읽어보시고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봐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대법원장께서 , 통상적인 법관 징계나 비위 사안처럼 , 법대로 적절한 주체를 찾아 그 주체를 통해 통상 절차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님이 제시한 국정조사는 그 강제력 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는 대책이고 , 탄핵은 이미 법원을 나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임종헌 전 차장 , 박병대 전 처장님 등의 퇴직법관에게는 징계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 결국 국정조사 , 탄핵 , 징계는 수사의 대안이 전혀 될 수 없습니다 .

국정조사 , 탄핵 , 징계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는 , 수사해서 제대로 밝히기 싫다는 속내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

1. 통상적인 절차의 방식 , 주체에 따른 고발절차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 , 윤리감사관 중에서 , 기존의 통상적인 법관의 징계 검토과정에서 형사범죄 발견시 고발하는 절차를 , 지금 이 사안의 경우에 그대로 거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 그것은 직무유기입니다 .

더구나 ,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 사법행정권 남용 자체를 조사 목적으로 대법원장의 특별지시로 만들어진 특별조사단의 업무 중 하나가 형사범죄 검토였고 (십수개의 행위에 대해 딱 2개의 부실한 검토만 제시함 ), 김흥준 윤리감사관과 김도균 윤리감사 기획심의관이 각 특별조사단 위원과 간사로 관여하였다는 점에서 , 이 조사 결과 발견된 범죄혐의에 대하여 고발할 의무는 주된 업무의 하나입니다 .

일부 판례에서 부수적인 고발권한 없는자의 고발의무 불이행시 직무유기죄 불성립을 인정하는 법리는 이번 사안에는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아 수사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말입니다 . 형사소송법상 고발의무 규정이 훈시규정이라는 주장도 처음 들었는데 , 동의하기 힘든 견해입니다 . 저는 형사책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어서 상론을 피합니다 (더 직접 법리를 탐구하고 싶은 분은 제가 고발의무와 직무유기 관련하여 검토한 판례와 논문 모은 자료를 첨부하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이제는 수사 필요성 자체를 현재 상태에서 부인하는 분들은 극소수인 듯 합니다 . 사법발전위원회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명확히 수사필요성을 인정했고 , 법원장회의 내용에 대해서도 한 고등부장판사님은 수사반대의사를 표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사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 이 부분은 제가 윤감실의 백브리핑을 계기로 한번 검토했고 , 또 의견을 내는 방법론적 기초로 범죄혐의의 유력한 쟁점들을 제시했던 자료를 다시 첨부합니다 .

특조단 조사 보고서만으로 수사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죄혐의를 다시 한번 요약해 드리면 , ① 중복가입금지조치 관련 직권남용 , ②각종 사법행정권 남용행위 지시 및 관련 보고서 작성 지시 자체 관련 직권남용 , ③ 기조실 컴퓨터 문서파일 삭제 관련 공용서류무효 및 증거인멸 , ④ 이후 조사방해 및 허위공지 관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허위공문서 작성 (고영한 전 처장 명의 공지 ), ⑤ 직무상 명령에 대한 비밀번호 제공거부에 대한 직무유기 , ⑥ 제 재산내역을 뒷조사용으로 열람한 것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 공직자윤리법 위반 , ⑦ 원세훈 파기환송심과 통진당 전주 행정소송에서 , 재판부 심증을 빼내 보고하고 , 통진당 전주 행정소송에서 선고기일을 연기시키고 특정 판결이유 기재를 요구한 행위 관련 직권남용 등입니다 .

저는 반복해서 말했듯이 , 형사소송법상 직무상 고발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수준의 수사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생각합니다 .

OOO 전 윤리감사관실 심의관이 2006. 12. 20. 코트넷게시판 -윤리자료 -윤리 FAQ 게시판에 올린 “[윤리자료 1] 공직윤리 , 징계 관련 규정 등 모음 ”이라는 글에 의하면 ,

115쪽 이하의 , ‘법원공무원 비위유형별 조치기준 ’ 중 “복무기강 -위법 , 부당한 직무와 관련하여 범죄행위 발생 ” 부분의 조치기준은 “징계회부 및 형사고발 ”입니다 . 판사의 경우에도 , 윤리감사관실에서 판사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 가지고 있지 않다면 범죄행위 발생시에는 ,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징계와 별개로 형사고발 조치를 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

법관징계법 제 20조 제 2항은 ,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징계 사유에 관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그 절차가 완결될 때까지 징계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고 하여 , 그리고 그 경우 징계시효 정지를 규정하여 (제 8조 제 2항 ), 법관의 경우에도 징계절차와 수사절차의 동시진행 , 혹은 수사절차의 선 ( 先 ) 진행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법관 징계검토과정에서 , 범죄혐의가 발견된 경우 , 법원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조치기준인 , 고발이 배제될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

OOO 전 심의관이 같은 날 , 같은 게시판에 올린 , “[윤리자료 6] 징계업무편람 ”이라는 글의 첨부파일인 행자부 징계편람을 보면 (아마 사법부의 경우 유사한 자세한 징계편람이 없어 참조하라는 의미로 올린 듯 합니다 ), “15.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의 고발 ”이라는 부분에서 , 각급 행정기관의 부서책임공무원과 감사담당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혐의사실을 발견한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보고하여야 하고 있고 , 행정기관의 장의 명의로 고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엄정처리사항으로 , “ ② 부당한 행정행위를 수반한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 ③ 범죄내용이 파급개연성이 크고 수사시 비위규모가 더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 포함되어 있는데 , 이번 법관 및 법관 모임 사찰 , 재판절차 개입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에 딱 들어맞는 내용입니다 .

유사하게 ,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도 , 윤리감사관의 보고에 따라 , 대법원장 또는 법원 행정처장의 명의로 고발하도록 하는 것이 , 아마 윤리감사관실에 적용될 통상적인 기준이 될 것입니다 . 지금쯤이라면 2006년으로부터 12년 가까이 지났으니 , 이런 규정이 윤리감사관실에 있을 법도 합니다 . 실제 , 윤리감사관은 , 행위자별로 관여행위를 정리하여 징계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였다고 하고 있습니다 .

2. 주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법관징계업무편람이나 관행 , 기존의 비위법관 고발등의 사안이 있다면 , 거기서 그 주체를 누구로 정하고 있는지를 봐야 할 것이고 ,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 결국 OOO 전 윤리감사 심의관이 올린 행정부 징계업무편람처럼 , 해당 기관의 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개인별 징계자료를 정리해 올린 윤리감사관이 행정처에 속하므로 , 행정처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 대법원장에게 그 자료를 올렸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이 원한다면 고발의 주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법원조직법 제 13조 제 2항에 따라 대법원장은 행정처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지휘 , 감독권을 가지기도 하고 , 대법원 위임전결사항내규 별표 9-1.에 의하면 , 법관윤리 관련사항은 대법원장이 행정처장에게 위임전결이 이뤄지지 않고 대법원장의 결재사항으로 보입니다 . 스스로 할지 , 법원행정처장에게 지휘하여 할지는 선택하면 됩니다 .

3. 고발 범죄사실과 피고발자 특정 방식

사실관계와 죄명 특정의 어려움은 특조단 보고서와 이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을 인용하면 충분합니다 . 여러 범죄들에 대한 혐의 (직권남용 , 공무상 비밀누설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 공직자윤리법 위반 , 공용서류무효죄 , 위계 등에 의한 공뮤집행방해 등 )를 예시적으로 제시하고 구체적 행위별로 범죄혐의유무와 기소 필요성에 대한 수사기관 고유의 법리 판단을 통하여 수사범위와 기소범위를 정하여 수사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면 됩니다 . 구체적 수사 가이드라인을 지정해 준다는 오해를 받을 것도 없습니다 .

피고발인의 범위는 수사가 명백히 필요해 보이는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박병대 전 처장 , 임종헌 전 처장 , 이규진 전 양형위원 등을 특정하고 , 그 외에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판단되는 자 정도로 특정하면 어떨까 합니다 .

자료는 복원된 400여개 파일을 제공하고 , 하드 디스크나 기타 저장매체 복원자료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추가적 디지털 포렌식 절차에 협조하되 , 법원 , 수사기관 , 시민단체 내지 변호사 단체 , 문제된 사건관련자 대표 등의 참여절차 및 전체 녹화 절차를 정하여 , 수사에 필요한 범위로 적절히 그 이용정도를 협의하면 어떨까 합니다 .

이런 디테일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 일단 제가 짧게 적어봅니다 .

4. 법대로 해주십시오 .

대한민국의 어떤 국민도 , 어떤 정치인도 , 어떤 권력자도 , 법에 따라야 하고 , 판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판사라고 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 법 아래에 있습니다 . 김명수 대법원장님도 , 안철상 행정처 처장님도 , 김흥준 윤리감사관님도 , 형사소송법과 법관 징계 , 윤리등과 관련된 규정이나 합리적 관행과 관련하여서는 ,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이십니다 .

법에 따른 고발절차를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하신다면 저는 정면비판이든 , 사퇴요구든 , 직무유기든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

법대로 고발절차를 취해 주십시오 .

감사합니다 .

차성안 판사 드림 .

P.S.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이 ,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 법관의 독립 ,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것이라는 논거는 , “나나 내 동료 판사는 소신이 없어 , 대법원장 고발시 재판할 때 눈치를 안볼 수 없다 . 그러니 재판 독립 침해다 ”라는 류의 심각한 법관관료화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입니다 .

지난 십수년 동안 진행되어온 법관 관료화로 , 심지어는 “재판을 장래에 맡을 동료 판사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는 논리 , 특히 “영장기각이나 무죄판결과 관련하여 압박을 느끼게 하면 안되고 재판 맡을 동료판사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는 논리가 공식적 토론장에서 서슴없이 나오는데 서글픔을 느낍니다 . 사석에서나 , 술자리에서나 , 할 이야기를 공론의 장에서 풀어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계속 그런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 정말 진지하게 몇날을 고민해도 그런 생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 외람되지만 그런 판사님은 앞으로 판사를 계속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셔야 합니다 .

근본적으로 , 대법원장과 법원 행정처장이 형사소송법상 고발의무와 법관 윤리 , 징계 관련 규정과 관행에 따라 고발의무를 지는 경우 , 이를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입니다 . 판사가 뇌물을 받으면 , 징계청구 외에 뇌물죄로 수사해 달라고 고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내가 압박을 느낀다고 다 재판독립 침해가 아닙니다 . 정당하고 오히려 법령상 의무화된 고발의무를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장이 이행하여 그런 압박을 느낀다면 , 법관관료화에 찌든 것은 아닌지 돌아봐 자기 스스로를 고쳐야지 , 법령에 반해 고발의무의 불이행을 대법원장 등에게 요구할 것이 아닙니다 .

다수의 판사들이 , 이상하게 특별히 판사들이 범죄수사대상이 되는 이번 사안에 한하여 법령에 따른 고발의무의 면제를 요구하고 , 대법원장이 그걸 받아들여 고발하지 않는 직무유기 행위가 , 오히려 소극적 수사 , 재판의 신호를 장래의 담당판사에게 주는 것입니다 .

2018. 6. 12.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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