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세계축구를 지배하고 있는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각각 5회의 발롱도르를 양분하며 현 시대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두 선수의 커리어에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바로 월드컵 우승이다.

두 선수가 국가대항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각각 메시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호날두가 유로 2016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유일하다. 올림픽이나 대륙선수권도 물론 대단한 업적이지만 월드컵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호날두-메시 이전 세대의 최고 선수로 꼽히는 펠레나 마라도나가 역대 최고 선수를 거론할 때 항상 삐지지않는 것도 월드컵 우승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호날두와 메시는 화려한 축구인생에 비하여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나란히 세 번씩이나 월드컵 본선무대에 출전했지만 모두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메시가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며 가장 우승에 근접한 듯했지만 연장접전 끝에 독일의 벽을 넘지못하고 분루를 흘려야했다.

특히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두 슈퍼스타에게는 마지막 본선 무대가 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어느덧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 두 선수로서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열릴 시기에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다. 설사 그때까지 현역 생활을 지속한다할지라도 현재만큼의 기량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두 선수 모두 팀을 대표하는 간판스타이자 주장의 임무까지 맡고 있기에 어깨가 더 무겁다. 팬들 입장에서도 러시아월드컵은 이 시대 최고의 두 축구선수가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순간이다.

국가대항전 결승무대에서 번번이 분루 흘린 메시

 아르헨티나의 '10번'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의 '10번' 리오넬 메시 ⓒ 메시 인스타그램


메시는 최근 몇 년간 국가대항전 결승무대에서 번번이 분루를 흘린 아픈 기억이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비롯하여 2015~2016년 코파아메리카(남미선수권)에서 잇달아 칠레의 벽에 막혀 우승이 좌절됐다. 메이저대회 준우승만 3년 연속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은 메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월드컵과 코파아메리카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것도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메시는 국가대항전 연속 실패의 충격과 팬들의 비난에 따른 부담감으로 한때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팬들은 물론 정치계까지 나선 간곡한 만류와 설득에 다시 마음을 돌렸다.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메시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호날두는 비교적 최근인 유로 2016에서 우승하면서 국가대표 무관의 한을 푼 만큼 메시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클럽무대에서는 전대미문의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위업도 달성하며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만 놓고보면 2006 독일월드컵 4강 이후,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심지어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하며 갈수록 성적이 하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다음 시즌도 메시와 발롱도르 수상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호날두로서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적이 중요한 변수다.

물론 아무리 메시와 호날두라고 우승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클럽무대와는 달리 국가대항전 무대에서 두 선수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은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지는 않는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브라질 등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더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강호들이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을 두 번이나 우승한 강팀이지만 1993년 코파아메리카를 끝으로 FIFA 주관의 A매치 국가대항전에서 무관에 그친 지 무려 25년이나 된다. 메시 외에도 세르히오 아게로, 곤살로 이과인, 앙헬 디 마리아 등 슈퍼스타들이 넘쳐나는 아르헨티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제대회만 나오면 '메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진다는 징크스가 생겼다.

특히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지역예선을 통과하는 과정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남미 예선에서 성적부전으로 감독 교체만 두 번이나 겪는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메시가 출전한 경기에서 6승 3무 1패, 메시가 결장한 경기에서 1승 4무 3패에 그친 것은 아르헨티나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 본선 대진운은 나쁘지 않다.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가 변수지만 월드컵 첫 출전국인 아이슬란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만 4번 만나 모두 이긴 나이지리아까지 모두 한 수 아래로 꼽히는 팀들이다.

호날두, 4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할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 ⓒ 호날두 인스타그램


포르투갈도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다. 루이스 나니, 안드레 고메스, 헤나투 산체스 등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던 선수들이 이번 러시아월드컵 명단에서 대거 탈락했지만 대신 안드레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같은 젊은 재능들이 호날두의 부담을 덜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해줘야한다.

조편성은 무난한 수준이다. 톱시드를 얻고도 같은 조에 우승후보 스페인(2번시드)이 배정되는 바람에 톱시드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모로코와 이란은 확실히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만큼 2강 2약의 구도가 뚜렷한 조편성이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최대의 빅매치로도 꼽히는 스페인과의 대결이 사실상 조 1위 싸움을 가를 분수령이다.

포르투갈은 최근 국제대회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부진했다는 징크스를 극복해야한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첫 경기부터 독일을 만나 0-4로 대패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하필 첫 상대가 스페인이다. 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라이벌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인 스페인은 호날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란히 유력한 득점왕-골든볼 후보로도 거론된다. 메시는 월드컵에서 통산 14경기에 출전하여 5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호날두는 13경기에서 3골2도움에 그치고 있다. 메시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호날두는 지난 3번의 본선에서 모두 1골씩을 넣었다. 호날두가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득점을 추가한다면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포르투갈 선수로서는 최초이자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와 펠레(브라질), 우베 젤러(독일)에 이어 역대 4번째로 4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하는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