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하드도 '국산야동' 여전..정부 대응 아쉬워"

정지혜 2018. 6. 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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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웹하드의 불법촬영물 유포·공유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기관의 대처는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 여성가족부 모두 보다 적극적인 관점으로 ‘범죄화되지 않은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해 주었으면 한다”며 “작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외 웹하드에서 디지털성범죄가 만연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예전과 다름없이 하루 평균 2-3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되고 있고, 불법촬영물 등의 유포를 방조한 일부 악성 웹하드들의 경우 3만∼10만개에 달하는 피해영상이 발견된다고 했다.

방통위 측이 “국내 사업자의 경우 제목만 몰카 등을 가장할뿐 대부분 영상물등급위원회 승인을 거친 합법적인 저작물”(관련기사 [단독] 방통위, 웹하드 ‘국산야동·몰카’ 단속 오해와 진실 밝힌다)이라 한 데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서 대표는 “규제가 힘든 해외 서버 사이트 탓만 하기에는 지금도 국내 웹하드에서 발견되는 피해영상이 많다”며 “피해자가 신고한 영상들이니 영등위 심의를 거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 측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웹하드에 ‘협조’를 구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사후 삭제가 아닌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를 방조하고 있는 마켓에 대한 ‘유통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동영상이 변형·편집돼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인 ‘DNA 필터링’을 정부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서 대표에 따르면 현재 웹하드 사업자들은 민간 DNA 필터링 업체 두 곳과 계약을 맺고, 불법복제된 영상을 잡아내고 있다. 문제는 현행 규정상 원저작자가 있는 영상물이어야 그로부터 추가 수익금을 받을 수 있어 저작권이 존재할 수 없는 불법촬영물에 대해선 ‘돈이 안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탓에 방통위가 직접 예산을 집행해 DNA 필터링을 하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서 대표는 전했다.

현재 ‘음란물 유포’에만 기준을 두고 있는 부분도 법제도를 보완해 ‘불법적인 촬영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3일 여성 8명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모씨(21)에게 법원이 “여성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촬영한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짧은 치마가 아니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엔 스타킹과 스키니진을 입은 여성 다리와 가슴 등을 49차례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음에도 “주관적 감정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인 경찰의 경각심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성폭력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여성 A씨는 “아직도 ‘동의 여부’가 아닌 ‘거부 여부’로 성폭력 수사를 하는 것을 보고 무력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방통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웹하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정책을 설명하고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여성가족부, 경찰청과 유관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및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시민단체, 38개 웹하드 사업자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방통위는 9월 5일까지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집중 모니터링 및 불법음란정보 필터링 상시 작동여부를 집중점검한다고 밝혔다. ‘몰카’, ‘국산’, ‘국노’ 등 디지털성범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성인물에 대해 저작영상물임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등 금칙어 서비스 검색결과도 개선한다. DNA 필터링기술의 연내 적용 계획도 언급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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