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유명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 '성추행' 의혹

이재은 기자 2018. 6. 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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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유럽여행 카페에서 친절하기로 유명한 '스타' 가이드 김모 사장.. 여성 가이드 A씨 "지난해 10월 성추행"
투어가이드 A씨(24·여)는 타 투어회사 가이드이자 사장인 김모씨(35·남, 사진)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사진=포털 카페 게시물 캡쳐.

이탈리아 투어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스타 가이드'이자 투어가이드회사 사장인 김모씨(35·남)가 여성 가이드 A씨(24·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김 사장이 이탈리아 로마의 한 주택에서 자신을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업계에 나쁜 소문이 퍼져 2차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김 사장은 성추행 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의 악몽은 지난해 10월24일(현지시간) 늦은 밤 이탈리아 로마의 한 주택 1층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이날 이탈리아 남부투어를 마치고 함께 투어에 온 다른 투어회사 소속 가이드 B씨와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다. 가이드들은 맡는 투어 구역이 비슷할 경우 자주 마주쳐 타 회사 사람들과도 두텁다. 이때 B씨의 투어회사 사장이자 역시 투어가이드인 김 사장에게 "함께 밥을 먹자"며 전화가 왔다. B씨는 "A와 약속이 있다"며 거절했지만, 김 사장은 "그럼 A와 함께 오라"고 요청했다.

한식당에서의 저녁 식사는 무난했다. 김 사장은 이대로 파하기 아쉽다며 A씨와 B씨에게 자신 집에서 술자리를 더 가지자고 제안했다. 그 집에는 김 사장의 여자친구이자 동거녀 서모씨(김 사장 회사의 실소유주), 그리고 김 사장 회사의 실장도 함께 살고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이들은 김 사장의 집으로 가 한참 소주를 마셨다. 얼마나 마셨을까. 술이 약한 B씨가 먼저 취해 2층 침대에서 잠들었다. 김 사장의 동거녀 서씨를 비롯 실장도 이미 잠든 상황이었다.

하루 종일 먼 곳까지 투어를 다녀온 A씨도 취기에 피곤이 몰려와 1층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번쩍 뜬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지에 속옷까지 벗은 채 나체 상태의 김 사장이 A씨의 몸에 손을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하의는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위에 입은 블라우스도 반쯤 벗겨져있었다. A씨가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소리치자 김 사장은 웃으며 "마냥 어린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라고 답했다.

A씨는 김 사장을 뿌리치고 "위에 여자친구도 있고 하신 분이 지금 대체 뭐하시는 짓이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김 사장은 "글쎄. 내가 지금 뭘 하는 걸까"라며 "괜찮아. 나 어차피 결혼 안 했잖아"라고 답했다. A씨는 더욱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A씨는 김 사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내가 이 투어 회사, 불 태워 버릴 것이다. 지금 내게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화장실 좀 다녀올게"라며 자리를 떴다.

A씨는 문을 열어 재빨리 도망쳤다. 그는 이날로 악몽이 일단락되길 바랐다. 하지만 진짜 불행은 그때부터였다. A씨의 집은 김 사장이 동거녀, 실장과 함께 사는 집으로부터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이날 이후 A씨는 출근 때마다 기차에서 김 사장을 마주치고 그날의 악몽과 마주해야했다.

문제는 커져갔다. 이날의 여파로 이탈리아 투어 업계에서 A씨가 관련 이야기들을 듣게 된 것이다. A씨는 "본인의 가해 사실이 알려질 것을 걱정한 김 사장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제 A씨와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의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B씨는 다른 동료 2명과 함께 김 사장의 회사를 떠났고, 김 사장의 태도는 더욱 집요해졌다.

A씨는 김 사장이 그의 회사 사장에게도 'A씨가 꼬드겨서 우리 회사에서 3명이나 나갔다. A씨를 조심해야할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손님들에겐 B씨를 비롯 퇴사한 가이드들을 험담했다고도 했다. A씨는 업계에서 본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혹 있을까 고민해야했고, 가이드 개개인의 평판이 중요한 투어 업계에서 B씨를 비롯 그와 함께 퇴사한 가이드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했다.

2012년 포털 네이버의 최대 유럽여행 카페에 올라온 김 사장 관련 글. 김 사장은 투어 손님들에겐 늘 친절한 인물이었다.

김 사장은 최근까지 투어 가이드를 현직으로 해오고 있다. 이탈리아를 여행한 이들이라면 김 사장을 거치는 건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한창 활동하던 때는 포털 검색창에 '바티칸 투어'만 치더라도 '김OO 가이드'가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였다.

그를 향한 평가는 한결 같다. "로마의 필수 코스라기에 예약해뒀지요. 똑똑하고, 재미있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김OO 가이드." "화려한 입담에 인간미까지 갖춘 김OO 가이드." "이탈리아 투어계의 연예인, 전설의 김OO 가이드!"… 네이버 최대 유럽여행 카페에 그를 추천하는 글이 수십개 올라왔을 정도로 유명 인물이다.

A씨는 "투어 업계 특성상 일부 회사들에선 사장과 가이드들이 한 집에 산다"며 "김 사장이 집에서 함께 거주했던 본인 회사 소속 여성가이드에게 '지금 날 유혹하는 거냐. 그렇게 눈빛 야하게 뜨지말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김 사장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자했다"고 토로했다. 지금도 A씨는 김 사장과 그 밑의 실장 등으로부터 합의를 종용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나아지는 게 없이 악화되자 A씨는 지난 5월3일과 5월7일 2회에 걸쳐 로마에 위치한 주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 측은 A씨에게 돕고 싶다면서도 "이탈리아 경찰에서는 최근 6개월 내 발생한 사건만 수사한다. 6개월 하고도 십여일이 더 지났다.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인터뷰 말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추행을 당했고, 성폭행을 당할 뻔한 상황에 놓였어요. 그런데 저와 저를 돕는 가이드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다닌 데다가 사과하겠다고 함께 데려온 실장들은 저를 비웃고, 비꼬았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 1월말 제게 전화해 잘못을 인정한 적이 있어요. 현재 김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경찰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할 겁니다. 제 억울한 사실이 널리 알려져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김 사장도 적절한 처벌을 받게됐으면 좋겠어요."

반면 김 사장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김 사장은 11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성추행한 사실 자체가 없다. 도의적으로 뭔가가 있다고 할 때, 일을 크게 만들면 저한테 좋지 않으니 그동안 좋게 끝내려 했었다. 그런데 기자한테까지…. 말하면 말할 수록 불리해지는 것 같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나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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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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