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 유니버설 픽처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Jurassic World: Fallen Kingdom)>이 주말 관객 149만 명을 동원하며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흥행을 예고하며 전작 <쥬라기 월드>의 기록을 갈아치울지 관심을 받고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 월드>에서 인도미누스 렉스가 탈출하고 공원이 버려진 지 3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극 중 '쥬라기 월드'가 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이 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섬의 공룡들이 멸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출 작전을 펼치는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를 다룬다.

더 커진 스케일과 어두워진 분위기

전편 <쥬라기 월드>가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만 진행되었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미국 본토로 그 스케일을 넓힌다. 특히 록우드 저택에서 주인공 일행과 공룡들이 벌이는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외에도 영화 초반부의 모사사우르스의 등장이나 용암이 흐르는 지하에서 주인공 일행과 공룡 바리오닉스의 사투는 더 확대된 영화의 스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룡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특히 원년 멤버인 티라노사우르스 '렉시'와 벨로시랩터 '블루'뿐만 아니라 바리오닉스와 알로사우르스 등 새로운 육식 공룡들이 출연한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의 분위기는 전작과 비교할 때, 확연하게 어두워졌다. '공룡의 멸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실제로 화산 폭발로 전작들의 배경이 되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된다. 사실상 쥬라기 공원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버린 것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전체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에 대한 경고'와 새롭게 부상한 주제인 '다른 생명의 몰락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라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하여 주인공과 관객들은 고민하게 된다. 더불어 인도랩터의 등장으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 중 가장 공포스러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도랩터는 기존의 공룡들과 다른 돌출된 이빨과 긴 발톱, 그리고 살기를 띤 눈으로 공룡을 넘어 괴물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도랩터와 주인공들의 추격전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크리쳐물이나 호러물에 가깝다. 정작 인도랩터는 <쥬라기 월드>의 인도미누스 렉스보다 임펙트가 약하며, 영화 중후반부에 등장하여 영화 내 비중도 적다.

공룡과 인간의 공존

<쥬라기 공원> 오리지널 3부작과 <쥬라기 월드>는 인간과 공룡의 대립에 집중하며 이 둘이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공룡과 인간이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인공 오웬 그레이디(크리스 프랫)가 쥬라기 공원 시리즈 최고의 맹수 중 하나인 벨로시랩터인 '블루'와 교감함으로써 공룡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국 공룡들이 탈출하여 미국 전역으로 이동하면서 인간과 공룡의 관계는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과연 인간과 공룡이 공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과거처럼 대립하게 될지. 2021년에 개봉 예정인 시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들의 미래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오리지널 팬들을 배려한 오마주

<쥬라기 월드> 시리즈는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오리지널 3부작 팬들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쥬라기 월드>가 오리지널 3부작의 첫 작품인 <쥬라기 공원>에 대한 오마주였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오리지널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섬에 남은 공룡들을 생포하여 육지로 데려오고, 공룡들이 탈출하여 횡포를 벌인다는 스토리는 사실상 <잃어버린 세계>의 설정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도 오리지널 3부작에 대한 오마주를 찾을 수 있다. < 쥬라기 공원 3 >처럼 주인공 일행이 경비행기를 타고 이슬라 누블라 섬에 도착하고(다행히 이번에는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았다), <쥬라기 공원>처럼 브라키오사우르스가 가장 먼저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반겨준다.

인도랩터는 오리지널 3부작의 벨로시랩터를 참고한 것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한다. 앞발로 문을 열 수 있고, 인간을 사냥할 때 발톱을 바닥에 두드리는 등, 인도랩터와 벨로시랩터는 수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메이지(이사벨라 서먼)와 인도랩터의 추격전은 <쥬라기 공원>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주방 씬과 유사하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룸)의 재등장이 아닌가 싶다. 21년 만에 시리즈에 돌아온 그는 <쥬라기 월드>에서처럼 '공룡의 부활이 인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섬에서 공룡을 구출하는 계획을 반대한다. 공룡들이 섬을 탈출하여 북미 대륙을 활보하게 되면서 그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된다. 하지만 그가 영화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오리지널 3부작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앨런 그랜트(샘 닐)는 아예 언급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 픽처스


<쥬라기 공원> 시리즈 떠나 새로운 길 개척할 필요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대단히 완성도가 높은 영화임은 확실하다. 점점 정교해지는 공룡들의 움직임은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고,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과연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6부작으로 연결될 만큼 의미심장하고 깊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인간이 자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대단히 위험하다'라는 메시지를 주장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확실한 흥행사인 '공룡'을 되풀이해 등장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만들어낸 메시지는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이 메시지는 전작인 <쥬라기 공원> 3부작에서 지겨울 정도로 되풀이해 등장하지 않았는가.

오리지널 3부작은 소설에 기초하여 나름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퀄 3부작은 사실상 기존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오락 영화로 리부트한 작품에 가깝다. 잘 만든 오락 영화라는 점은 대단한 미덕이다. 물론 영화가 재미에 더해 감동과 메시지까지 줄 수 있다면 완벽하겠지만, 반드시 모든 오락 영화에 감동과 메시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의 망령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후속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영화 제작자들에 의하면 속편인 < 쥬라기 월드 3 >은 미국에서 2021년 6월 11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쥬라기 월드> 1, 2편과 달리 인위적인 분위기보다는 오리지널 3부작처럼 자연적이고 야생적인 분위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후속작은 원작의 초심으로 복귀하여 쥬라기 공원 시리즈 전체를 결산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작품들의 배경이 되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화산으로 파괴되고, 공룡들이 대륙을 활보하게 됐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3부작을 스토리를 오마주했던 전 작품들과 달리, < 쥬라기 월드 3 >은 완전한 오리지널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인간의 세계로 넘어온 공룡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 2021년에 개봉할 3편이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리뷰는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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