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생존율 50%를 뚫고 살아남은 수비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스위스가 이번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예선 10경기에서 9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북아일랜드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로드리게스가 경기의 유일한 골을 넣었고, 2차전 후반전 추가시간에는 조니 에반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걷어냈다. 결국 통함 1-0 승리로 스위스가 본선에 올랐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의 팀은 로드리게스 없이 본선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가 축구를 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의 출생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로드리게스의 어머니는 2011년 인터뷰를 통해 로드리게스가 정상급 운동선수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면 정신 나간 취급을 받았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로드리게스의 어머니 마르셀라는 칠레 출신이다. 그는 임신 8개월이었고, 의사는 태아가 횡격막 탈장 상태라는 걸 알아냈다. 횡격막에 흠집이나 구멍이 나 있어 배에 있는 장기가 가슴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상태를 말한다.

 

로드리게스의 경우, 그의 위장, 비장, 간, 소장과 대장이 모두 가슴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의 생존확률은 50%였다. 의사는 걱정한 나머지 성직자를 불렀다. 마르셀라의 아버지인 넬손은 즉시 성직자를 돌려보냈다. 넬손은 “우리 손자는 충분히 강해. 살아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리카르도는 위기를 헤쳐 나갔다. 리카르도의 삼촌이 성모 마리아의 작은 사진을 리카르도의 침대에 놓아 둔 뒤였다. 리카르도의 어머니는 2011년 인터뷰에서 “성모님 덕분이죠”라고 말했다.

 

리카르도는 생후 3년 동안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마르셀라는 이렇게 회고했다. “감기조차 걸리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즉시 위독해질 수 있었죠.”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강한 유대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마르셀라는 2015년 암으로 사망했다. 그때부터 로드리게스는 68번을 달았다. 마르셀라가 태어난 해다. 그의 등에도 문신으로 새겼다. 목에는 J와 M을 새겼는데 J는 스페인에서 스위스로 이민을 간 주제 할아버지를 의미하고, M은 마르셀라를 의미한다.

 

로드리게스의 두 형제도 68번을 입는다. FC취리히에서 뛰는 로베르토, 루체른에서 뛰는 프란시스코다. “여전히 어머니 목소리를 듣습니다. 제 머릿속에 남아 있거든요. 제 가슴속에도요. 저는 괜찮아요. 주께 감사 드립니다.” 18세 때 리카르도는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를 오른팔 위쪽에 문신으로 새겼다. “제 수호자가 생긴 거죠.”

 

로드리게스는 슈바멘딩엔에서 자랐다. 두 대의 열병합발전소 사이에 위치해 있고, 취리히 동쪽 고속도로 건너에 있는 지역이다. 지역지 ‘취리히 차이퉁’은 이 지역을 ‘취리히의 브롱스(뉴욕에서 가장 빈곤하고 치안이 나쁜 것으로 알려진 지역)’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는 6세 때 FC슈바멘딩엔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FC취리히로 팀을 옮겼다. 형 로베르토가 격렬한 라이벌 그라스호퍼클럽취리히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결정을 후회할 일은 없었다. 2009년, 그는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에서 스위스가 우승할 때 뛰었다. 17세 8개월에 취리히 1군 데뷔전도 치렀다. 2년 뒤 오트마 히츠펠트 감독의 스위스 대표팀에서도 데뷔했다. 그날 밤 로드리게스는 레토 치글러(토트넘홋스퍼, 함부르크, 삼프도리아, 페네르바체 등에서 뛰었던 측면 수비수)와 교체돼 들어갔다. 그 뒤로 한 번도 대표팀에서 입지를 놓친 적이 없다.

 

로드리게스의 프로 경력 역시 순탄했다. 2012년, 19세 나이에 독일 구단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다. 2013/2014시즌 34경기를 모두 뛰며 레프트백이었음에도 5골과 9도움을 기록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총 184경기를 뛰며 22골을 넣었다. 풀백으로서 나쁘지 않은 수치다.

 

지난여름 로드리게스는 밀란으로 이적했고, 여자 친구와 함께 밀라노의 도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잘 정리되고 화려한 도시의 한가운데서 말이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지역이고, 로드리게스의 이웃은 이탈리아의 스타 가수인 티치아노 페로다.

 

슈바멘딩엔은 로드리게스의 현재 생활과 참으로 동떨어진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머니에게 골을 바친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던 누군가가 다른 스위스인 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제 러시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려 한다.

#전술 분석

 

많은 스위스 서포터들은 왜 여러 선수들 대부분이 국가를 제창하지 않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팀은 다문화적인 팀이고, 선수들은 한 팀으로서 최선을 대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5월, 주장 스테판 리히슈타이너가 토론을 시작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대표팀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하죠. 적절한 균형을 찾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진짜 스위스’와 ‘다른 스위스’를 구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여전히 대표팀을 보며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일이죠. 이게 아주 민감한 주제라는 건 저도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리히슈타이너는 피르민 슈베글러(하노버96 소속)와 트란퀼로 바르네타(생갈렌 소속) 같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끌어들이고 싶어 했지만 이들은 ‘유로 2016’도, 러시아월드컵도 참가하지 않는다.

 

부주장 발론 베라미는 가족과 함께 코소보를 탈출해 온 과거가 있다. 그는 모든 선수를 옳은 방향으로 집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 팀 선수 모두들 하나가 되고 싶어 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게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죠. 우린 아주 좋은 공식을 찾아냈어요. 우리가 해낸 결과물들은 그 공식을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우린 이 주제에 대해 많은 투자를 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아주 긍정적이고, 사람들은 우리가 달성한 성과에 대해 고마워하죠.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도 계속 토론을 이어갔다는 점에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얀 좀머가 골키퍼를 맡을 건 확실시된다. 파비앙 사르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도 붙박이 주전이다. 요앙 주루와 마누엘 아칸지 중 누가 사르와 함께 중앙 수비를 구성할지는 의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아스널의 그라니트 자카가 있고, 우디네세의 ‘전사’ 베라미가 선발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제르단 샤치리, 블레림 제마일리가 있고, 아드미르 메흐메디가 발 수술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뒤 스티븐 주베르가 합류해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리스 세페로비치가 최전방을 맡는다. 그러나 샤치리를 세페로비치의 아래 배체하고, 브릴 엠볼로를 오른쪽에 두는 방안도 있다.

 

페트코비치는 자신감에 차 있다. “이 팀은 다 같이 발전해 왔습니다. 좋은 플레이스타일을 개발했고, 필요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쓸 수 있게 됐죠. 그러나 늘 현실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솔직히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그리 전력이 좋지 못하니까요. 우리는 축구에 대한 큰 사랑을 품고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정상급 팀들과 우리 팀 사이에 격차는 있지만 그 격차를 줄일 만한 정신력을 기대하고 있죠.”

 

#예상 베스트11

(4-2-3-1) 좀머(GK) - 리히슈타이너, 사르, 아칸지, 로드리게스 - 베라미, 자카 - 샤치리, 제마일리, 주베르 - 세페로비치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중앙 수비수 아칸지는 겨우 만 22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1군이다. 너무 서두른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2부 구단 FC빈터투어에서 최강팀 FC바젤로 단 20세에 이적했고, 십자인대 부상에서 겨우 회복한 뒤 2018년 1월 도르트문트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날려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스위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한 조에 있다면 그 누구도 조 1위를 노릴 수 없다.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는 건 스위스에 그리 어렵지 않다. 코스타리카와 세르비아만 앞지르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 16강에서 독일을 만날 것이고, 그 경기가 끝나면 짐을 싸야 할 것이다.

 

글= 막스 케른(블릭)

에디팅=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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