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전국 변호사 2000여명 시국선언 "법조계 붕괴 위기"

박광연 기자 2018. 6.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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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회 회관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전국의 변호사 2000여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시도 등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변호사들은 법원 내의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련자 고발 등을 촉구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비상모임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승태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시국선언에는 전국의 변호사 20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단체 등이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문을 낸 적은 있지만, 시국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날 대표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현 사태에 대한 사법부 자체 해결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사법부의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우리 헌법의 본질적인 가치이자 핵심이기에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역시 사법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며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 이제는 결코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법원이 변호사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정해진 판결을 한다면, 국민들은 법원의 정책에 동조하고 법원과 연결돼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가면 법원 뿐 아니라 변호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조계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을 마친 뒤 대법원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들은 이날 시국선언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위은진 변호사는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하기를 바래왔지만 여전히 자정의지는 없어보인다.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서 사법권의 독립을 무참히 버리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를 개시하고 법원은 적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이상의 셀프조사는 의미가 없다”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해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기소해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지원 변호사는 “재판을 협상도구로 생각한 문건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끝까지 추락했다”라며 “특별조사단 스스로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만큼 직권남용에 대한 의견은 다르더라도 당연히 관련자들을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이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해 초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관 모임과 법관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뒷조사’ 지시를 거부하며 행정처 심의관직에서 물러난 이탄희 판사의 부인이다.

변호사들은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해 조사한 410건의 문건 전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지난 5일 98건의 문건을 공개했지만 이후 추가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건 전부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날 시국선언을 마치고 대법원까지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행정처에 회원들의 연명이 담긴 시국선언문 등을 전달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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