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이는 기사들 뭔 수로 잡나.. 이미 떠난 버스인걸

권선미 기자 2018. 6.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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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시간 단축에 '지방버스 대란'
강원도 업체 "기사 100명 부족.. 산간벽지 노선 절반 줄일 수도"

경기도 성남에 사는 대학생 김성수(26)씨는 등교를 위해 매일 오전 8시 10분쯤 357번 버스를 탔다. 성남예비군훈련장과 서울 세곡동 사거리를 오가는 노선이다. 이달 들어 그 시간에 가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40~50분씩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다. 버스 기사는 "최근 한 명이 퇴사하면서 2명이 1대를 운영하다 보니, 배차 간격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었다"고 답했다. 이 버스 노선은 작년까지 9명이 5대 버스를 운행했다. 최근까지는 3명이 버스 2대를 몰았다고 한다. 기사가 나갔으나, 충원되지 않았다. 25분이던 배차 간격이 결국 2시간까지 늘어난 것이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후영(28)씨는 퇴근길에 서부역광장 정류장에서 서북구 방향으로 가는 3번 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10분 정도 기다리면 오던 버스가 이번 달 들어선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천안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지난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노선 조정을 한다는 공지가 떠 있었다. 박씨가 이용하던 버스는 배차 간격이 15분에서 30분으로 늘어 있었다. 박씨는 "'기사 확보에 따라 운행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쓰여 있었는데, 언제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탈한 지방 버스기사들은 대부분 서울로 향한다. 서울 버스기사들은 평균 주 50시간 정도 일한다. 월급 300여만원에 두 달에 한 번 200여만원 상여금을 받는다. 서울시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이기 때문에 임금 체불 걱정이 없다. 52시간제가 시행돼도 지금보다 근무시간이 줄지 않는다. 반면 경기 등 지방 기사들은 주 70~80시간 근무에 상여금을 포함해 월평균 350만~400만원을 받는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사 감소로 노선버스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국토교통부와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주 52시간제 시행을 미루고, 내달부터 1년간 '주 68시간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방의 버스기사 구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남의 한 운수회사 관계자는 "현재 월급 250만~300만원을 받는데, 내달부터는 10만~20만원 준다"며 "40여 명의 기사가 충원돼야 하는데 온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수익이 안 나는 노선부터 감축하면, 벽지에 사는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고 했다. 춘천의 대동운수 박영수(54) 총무부장은 "우리 회사는 100여 명 부족한데, 충원은 안 되고 매달 3~4명씩 나간다"고 했다. 이 업체는 내달부터 수익이 적은 노선의 하루 왕복 횟수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예정이다. 반면 서울 버스 업체에는 지원서가 쌓인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나가는 사람이 없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직하면 '영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버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올해 7월부터 1만3000여 명, 내년 7월부터는 2만4700여 명의 기사가 충원돼야 정상적인 버스 운행이 가능하다. 경기도의 한 운수 업체 관계자는 "4~5년 차 경력자만 뽑았는데, 올해는 면허를 갖고 있거나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어도 채용한다"고 했다.

마을버스 업계는 상황이 더 안 좋다. 경기도 군포에서 1번과 6번 등을 운영 중인 업체는 현재 28대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기사 부족으로 평일에는 22대, 주말에는 11대로 감차할 예정이다. 배차 시간이 8분에서 12~15분까지 길어진다. 이 지역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는 "기사들이 월 300만원 정도 벌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230만원만 받아야 해 생계 부담이 크다"고 했다. 김정곤(62) 부산 마을버스조합 전무이사는 "기사들의 이직으로 마을버스를 대거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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