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D-1]"김정은 이후 평양 시민 '경제 열망' 커졌다"

싱가포르 | 박은경 특파원 2018. 6. 10. 22: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평양서 12년째 워크숍 여는 싱가포르 비영리 단체 ‘조선교류’ 대표 제프리 시

싱가포르의 비영리 단체 ‘조선교류’(대표 제프리 시·위 사진)가 지난달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진행한 경제 관련 워크숍에 130여명의 북한인들이 참석했다.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가운데 사진). 이날 참석자들은 회사 로고와 관련한 강의를 듣고 직접 디자인해보기도 했다(밑 사진). 조선교류(Choson Exchange) 제공

‘비즈니스우먼 되고 싶다’는 김일성종합대학 여학생 소망 듣고 2007년부터 북한서 경제·경영 강의 이젠 매번 100여명 몰려와 능동적 소통

싱가포르의 비영리 단체인 ‘조선 교류(Choson Exchange)’는 지난 11년간 평양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1000여명에게 경제, 경영 마케팅 등을 가르쳐왔다. 북한의 20~40대가 주로 참여했다. 조심스럽게 시작된 이 사업은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 회당 100명이 넘는 북한 인사들이 몰릴 정도로 규모가 늘어났다. ‘조선 교류’는 제프리 시(Geoffrey See·33)가 2007년 설립한 단체다. 시 대표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재학 때인 2005년 처음 방문한 평양에서 “비즈니스우먼이 되고 싶다”던 김일성종합대학교 여학생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시 대표는 북한 대학생들이 경영과 경제가 북한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 대표는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경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벤처 인큐베이터 ‘6·12 싱가포르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싱가포르에서 한반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을 주최할 수 있다는 데 대단히 행복했다. 서울과 평양을 방문한 후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14년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싱가포르가 다국 간 협정을 맺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가르치는 비즈니스라는 주제와 기업가 정신, 경제 정책들은 대단히 민감하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11년간 방해 없이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싱가포르가 중립적이고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미국·중국·일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미칠 영향은.

“싱가포르는 경제발전에 있어 실용적인 접근을 우선시하는 혼합경제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이 경제에 역할을 가지고 있듯이, 정부의 개입 또한 모종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시장에 대해) 덜 강박적일 때 더 안전해진다고 믿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경제정책 실험에 더 혁신적이고 과감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오랫동안 세계와 단절돼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커서 예상수치들을 설정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북한 사람들의 경제 의식은 달라졌나.

“2009년만 해도 참가자들은 워크숍 강의 내용을 열심히 들었지만 질문을 하거나 그룹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각 워크숍에 100명이 넘는 북한 사람들이 아주 능동적으로 그룹활동에 참여하고 강사들과도 소통한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발전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가자들도 자신들이 배우는 내용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더 자신 있게 믿고 있는 것 같다.”

- 북한의 경제 개방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외국 정책들을 수용하되, 베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은 강국 사이에 있어 이념적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정당화할 필요성을 느낀다. 경제 관련 법들이 중국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중국과의 거래에 있어서도 이념적 자립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북한은 중립적인 제3자 입장에 있는 국가들, 특히 싱가포르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 판단된다. 중국과 베트남도 개방에 앞서 수천명의 공무원을 싱가포르에 파견해 교육시켰다.”

6·12 기념 투자·창업 인큐베이터 만들어 다국 간 교류 경험 부족한 북한 지원 북 1세대 벤처기업 양성하고 싶어

- 향후 어떤 기대가 있는가.

“우리의 목적은 북한의 1세대 벤처기업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 있어 매우 제한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사고방식도 많이 다르다. 북한과 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을 좁히고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개발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교육과 (대북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투자, 창업 지원을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과 경제발전, 협업과 창업의 원칙을 기념하는 인큐베이터 ‘6·12 싱가포르 센터’를 북한에 만들고 싶다. 싱가포르가 북한과 다국 간 경제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해 북한이 대국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장하길 바란다.”

<싱가포르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