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디지털시대 과학소통 리더 돼야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사회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는 혁명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변화의 시대에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급격한 사회변동을 따라잡을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 태도, 과학소통 등 우리가 흔히 과학문화라고 통칭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과학기술 발전은 연구개발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학문화 전담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00년부터 '과학기술국민이해도조사'를 실시해왔고 과학기술 관심도, 이해도 점수를 발표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국민과학기술인식조사'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른 방식의 조사를 했다. 과학기술 관심도는 그 사회의 과학문화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우리나라 성인의 과학기술 관심도는 첫 조사를 했던 2000년에 36.8점이었고 2006년 48.8점, 2008년 49.3점으로 상승해왔다. 그러다 2010년 49.9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49점, 2014년 46.3점, 2016년에는 37.6점으로 하락했다. 2017년에는 성인, 청소년 평균 관심도가 44.9점으로 조사됐다. 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총 연구개발비도 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한강의 기적을 주도해온 연구개발의 성과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과학기술 관심도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며, 과학문화의 발전은 연구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우리는 '과학기술 관련 정보 습득 경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가는 곧 국민들이 어떤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보습득 경로로 많이 이용되는 미디어에 과학콘텐츠를 많이 담아야 활발한 과학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조사에서 과학기술 관련 정보 습득 경로는 성인과 청소년이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성인은 TV라는 응답이 36.8%로 가장 높고 인터넷은 35%로 두 번째였다. 그 다음 신문/잡지(11.6%), 책(8.6%), SNS(3.9%) 순이다. 한편 청소년은 인터넷이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높고 TV는 15.4%에 불과했다. 그 다음이 학교수업(14.2%), 책(9.8%), SNS(6.8%)다. 2017년 인식조사의 연령대별 평균은 TV가 46.2%, 인터넷/모바일 42.3%, 신문/잡지 3.3%, 소셜네트워크 3.1%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모바일의 경우는 10대가 65.4%, 20대가 71.5%로 매우 높았다. 이런 결과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젊은층은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하는 빈도가 가장 높고 성인 역시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나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그릇 역할을 하지만 단순한 그릇이 아니다. 가령 똑같은 물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며, 똑같은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콘텐츠가 담기는 미디어에 따라 전달효과도 달라지는 법이다. 기술의 산물인 미디어가 발전하면 할수록 미디어의 역할과 비중은 커진다. 사용자들은 콘텐츠보다 미디어를 먼저 선택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신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20세기 후반은 TV의 시대였다. 이제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는 인터넷, 모바일, 소셜미디어다. 가장 많은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동영상 공유서비스 유튜브이며, 최다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이다. 2004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은 2017년 사용자수 20억 명을 넘어섰다. 2017년 미디어킥스의 조사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 월 사용시간은 유튜브가 40분, 페이스북이 35분이며, 인스타그램은 15분, 트위터는 1분이다. 소셜미디어는 시공간 제약을 넘어 세계인들이 정보와 사진, 동영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전통적 매스미디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은 시시각각 변화하던 미북회담 추진 상황을 마음 졸이며 바라보았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위터 팔로어수가 5200만 명이 넘는 트럼프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막강한 권력자였다. 중요한 국면에 올린 트럼프의 트윗은 최신 뉴스였고 실시간으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 이상으로 다양한 여론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스미디어 시대와는 다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술보다 부대가 더 중요하다. 부대가 다르면 같은 술도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대중의 과학이해를 높이는 과학대중화는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돼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통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20세기 방식으로 과학소통을 반복하면서 더 나은 과학대중화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SNS 라이브, 팟캐스트, 웨비나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소통 활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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